정부가 “경기가 더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라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사실상 같은 판단을 내렸다. 우리나라 경제가 `하락`이 아닌 `상승 혹은 정체` 기로에 섰다는 분석이다. 경기가 명확한 성장세로 돌아서기 위해 적극적인 통화·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1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돌발변수가 없는 한 경기가 더 둔화하지는 않는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KDI가 처음 이렇게 분석한데 이어 정부와 민간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 자료에서 우리 경제를 “연초 부진에서 점차 개선되는 모습”이라며 “수출 개선,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 정책 효과, 경제심리 반등 등에 힘입어 긍정적 회복신호가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긍정적·부정적 경제지표가 섞여 있기는 하지만 긍정적 부분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KDI가 발표한 평가와 일치한다. KDI는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3월 평가와 달리 4월 분석에서 “추가적 경기 둔화 가능성은 축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반등세로 보기 어렵지만 적어도 경기가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윤인대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우리 평가는 KDI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반등세 여부를 판단하려며 4~5월 경제지표까지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과 소비 흐름이 긍정 평가를 가능하게 했다. 수출은 여전히 감소 추세지만 3월 감소폭이 줄었다. 휴대폰, 철강 수출이 늘며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수출 감소폭은 2월 -12.2%에서 3월 -8.2%로 개선됐다.
연초 부진했던 소비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 개별소비세 인하로 승용차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고, 카드 국내승인액도 지난해 같은달 대비 1월 15.8%, 2월 14.2%, 3월 13.9% 증가세를 이어갔다.
민간 평가도 비슷하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상황 평가는 KDI, 기재부와 비슷하다”며 “3월 동향을 보면 경기가 푹 꺼지는 모습은 조금 완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경기가 반짝 좋아지기는 했지만 지속될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하반기 개소세 인하 효과가 사라지고, 정부가 당겨쓴 재정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계 경제도 하반기 크게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를 확실한 상승세로 진입시키기 위해 적극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9개월째 동결된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정부가 당분간 확장적 재정을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시행·계획 중인 각종 정책 추진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가 재정 조기집행과 소비활성화, 투자활성화 등을 보다 강도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경기 부진이 심화되면 통화·재정정책을 조화롭게 추진하는 정책 당국간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