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조세회피자료 폭로…푸틴·메시 등 거물·"한국이름 195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전·현직 각국 정상과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를 비롯한 유명인이 대거 연루된 사상 최대 규모 조세회피처 자료가 폭로됐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4일 중미 파나마 최대 로펌이자 `역외비밀 도매상`으로 악명높은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의 1977∼2015년 기록을 담은 내부자료를 분석해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

이번 유출 자료는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 기자가 처음 입수한 후 ICIJ와 함께 분석한 것이다. 파일 용량만 2.6테라바이트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다.

조세회피처 관련 자료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이번 자료에는 각국 정치인과 기업인 등 유명 인사 이름이 올라왔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직접적으로 이름이 등장하지는 않았으나 측근을 통해 20억달러(약 2조304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비밀리에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재무부가 푸틴 대통령 자금줄로 지목한 바 있는 로시야 은행 주도로, 푸틴 딸의 대부를 맡을 정도로 가까운 친구인 유명 첼리스트 세르게이 롤두긴 등이 연루돼 페이퍼컴퍼니 간에 돈을 비정상적으로 거래하는 방식으로 비밀 자금을 빼돌렸다.

최근 고강도 반(反)부패 사정에 나서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매형이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2개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아버지인 증권 중개인 이언 캐머론도 탈세를 위해 모색 폰세카를 이용했다.

이름이 직접 포함된 12명의 전·현직 세계 지도자 가운데에는 최근 취임한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이 있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을 포함해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타니 전 카타르 국왕, 아야드 알라위 전 이라크 총리, 알리 아부 라게브 전 요르단 총리 등 중동의 리더도 포함됐다.

아르헨티나 출신 세계적 축구 선수 메시는 아버지 호세 호라시오 메시와 함께 파나마에 등록된 페이퍼컴퍼니 메가 스타 엔터프라이즈를 소유하고 있었다. 지난 2013년 메시가 스페인 검찰로부터 탈세 혐의로 기소된 직후 법률 대리인을 모색 폰세카로 바꿔 탈세를 시도하려던 것으로 파악된다.

다른 축구계 인사인 후안 페드로 다미아니 국제축구연맹(FIFA) 윤리위원은 최근 FIFA 스캔들로 기소된 에우헤니오 피게레도 전 부회장 등과 사업상 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와 함께 홍콩 출신 영화배우 청룽(成龍)은 6개 이상의 페이퍼컴퍼니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브스 선정 세계 500대 부자 가운데 29명도 이름이 들어갔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이번 유출 자료 가운데 `korea`로 검색된 파일은 모두 1만5000여 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한국 주소를 기재한 한국 이름 195명이 확인됐다.

파나마 정부는 파나마페이퍼스 보도 직후 성명을 내고 이번 자료 유출과 관련해 각국이 법적 조치에 나선다면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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