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낡은 규제가 금융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 금융개혁에 앞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4일 전자신문이 주최한 인터넷전문은행 긴급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는 은산분리와 개인정보보호 측면에서 과감한 규제 개혁을 요구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높은 기대와 달리 과거 틀에 고정된 산업자본 진출 제한 규제가 정보통신기술(ICT)발 금융 혁명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현 정부 금융 개혁의 주요 과제다.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 금융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을 추진했다. 지난해 11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두 곳이 예비인가를 받아 설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자는 속도를 냈지만 규제 개혁은 제자리걸음이다.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4%에서 50%로 높이는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19대 국회 내 통과가 불투명하다.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는다.
ICT 기업을 비롯한 선도 혁신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적극 투자하기 어렵다. ICT기업이 가진 창의성과 혁신성을 금융업에 접목시킨다는 당초 취지를 무색케 한다.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한 기업도 마찬가지다. 케이뱅크에 참여하는 KT는 물론 최근 상호출자제한 기업으로 지정받은 카카오 역시 인터넷전문은행 투자 확대가 어려운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은산분리 원칙은 중요하지만 산업·경제 구조가 변하는 것에 맞춰 예외를 폭넓게 적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남주하 서강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 결합은 피할 수 없는 만큼 (금융업) 산업자본의 확대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면서 “엄격히 적용하다가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약도 하지 못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권태우 이현회계법인 전무는 “(산업자본에 대한) 감시 능력이 갖춰졌는데 중요한 시기에 상호출자제한 때문에 발목이 잡힌다면 경제 효과에서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은산분리는 글로벌 규범이 아니다. 대부분 나라가 허용을 원칙으로 하되 일부 승인이나 신고하는 형태”라면서 “은행과 ICT의 장점을 모두 살리는 구조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금융권 개인정보의 활용 폭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양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에 규제 완화는 필수”라면서 “은산분리를 비롯해 개인정보보호법, 금융업 전반의 개혁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