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바이오]`보호자 없는 병실` 본격 추진, 대형 종합병원은 `냉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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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가 환자를 돌보고 있다.

국내 대형병원이 `보호자 없는 병실` 서비스 확대에 냉랭하다. 간호인력 확보 등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관련 지원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밀어붙이기식 정책이라는 비판도 뒤따른다.

30일 정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내달부터 상급종합병원과 서울 소재 병원을 대상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신청을 받는다. 하지만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 중 서비스 신청을 준비하는 곳은 거의 없다. 경제적 손실과 책임소재 우려 때문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간호사가 보호자, 간병인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전문 의료인이 환자를 간병, 의료 서비스 수준을 높인다. 지난해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입원료는 6인실 기준으로 하루 1만5000~2만3000원가량 추가 부담하면 된다. 간병 부담(1일 8만원)보다 저렴하다.

정부는 당초 2018년까지 서울과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해 전국 의료기관으로 확대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실시 시기를 2년 가까이 앞당겼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의료원, 국립의료원 등 공공병원 23개, 지방 중소병원 89개 등 총 112개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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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대형병원 서비스 추진 현황

정부가 참여를 독려하는 상급 대형종합병원과 서울 소재 병원은 관망 중이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대형종합병원은 검토 중이라는 답만 할뿐 구체적 움직임이 없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강제하지 않고 자율로 시행한다면 서비스를 도입할 대형병원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현 수가를 반영해 간호 인력을 뽑는다면 적자가 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병원은 의료진, 보호자, 간병인 등이 존재하는 한국식 프로세스가 존재하는데, 이것을 간호사가 전담한다면 위험요소가 발생한다”며 “보호자가 없는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소재를 두고 병원과 보호자 간 분쟁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도 “비용, 정서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존재한다”며 “대학병원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난감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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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간호사 1인당 전담 환자 수

대형병원은 현재 서비스에 따른 수가가 공공의료기관 기준으로 현실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민간과 공공의료기관 임금 격차가 존재하지만 수가책정에는 전혀 반영이 안됐다는 것. 서비스를 위해서는 간호 인력이 지금보다 1.5~2배 더 필요하다. 2020년까지 전국으로 확대된다면 지금보다 4만7000명 이상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간호 인력뿐만 아니라 간병, 재활, 사무인력도 확보해야 한다.

서울의료원은 2013년 서비스 도입과 함께 기존 간호인력 88%인 105명을 충원했다. 그나마 공공 의료기관으로 지원받아 부담을 줄였다.

서울의료원 관계자는 “2013년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기존 122명이던 간호사가 227명까지 늘었다”며 “서비스 수가가 공공의료기관 기준으로 책정돼 민간 의료기관은 수용하기 어렵다”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동일 수가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간호뿐만 아니라 간병인 역할까지 해야 하는 간호사 업무 환경 개선도 요구된다.

이임덕 서울의료원 간호부장은 “인건비 비중이 높은 민간병원을 위해 수가를 현실화하고 간호사를 위한 지원 시스템을 확충해야 한다”며 “의료장비, 근무 여건을 개선해 간호사도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간호 인력에 대한 충분한 보상 근거를 마련하고 간호간병료수가에는 해당 병동에 필요한 전체 간호인력 인건비를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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