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독스플로(VRF) 배터리를 탑재한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국가 전력망에 투입된다. 미래 전지로 주목받는 VRF로 전지가 전력 계통에 물리는 것은 국내 처음이다. 국가 차원으로는 미국, 독일, 중국, 일본에 이어 다섯 번째다. 리튬계(리튬 이온·인산철)가 주도하던 ESS용 배터리 시장에 다양성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한국전력은 중소기업 에이치투(대표 한신)가 개발한 VRFB(용량 1㎿h)를 탑재한 ESS를 신재생에너지원과 연동해 국가 전력망 실증사업에 투입한다고 28일 밝혔다.
에이치투는 지난해 한전 중소기업 동반성장 지원 사업에 선정돼 올해 초 제품 개발을 마쳤다. 다음 달 성능·안전성 등 전문가 평가만을 남겨 놓고 있다. 한전은 평가를 완료하면 구축 현장을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에이치투 ESS는 날씨·기후 변화로 기복이 심한 발전 용량을 채워 주면서 전력 계통에 신재생에너지 생산 전력의 안정 공급에 활용된다. 실증 사업에서 사업성을 검증한 후 국내외 마이크로그리드나 송배전용 ESS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중소기업 기술을 발굴해 실제 구축·운영 실적까지 지원하는 동반성장 지원 사업으로 VRF 배터리 ESS 사업성을 집중 검증하게 된다”면서 “다음 달 성능, 안전성 평가를 통과하면 오는 5월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한 국가 전력망에 붙여 실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VRF 배터리는 리튬계 전지 부피보다 두세 배 크지만 액체 상태 전해질을 순환시킨 전기에너지를 충·방전하기 때문에 안전성과 용량 확장에 매우 유리하다. 이 때문에 가정 등 실내보다는 `풍력·태양광+ESS` 융합 모델에 적합하다. 가격 역시 리튬계 배터리에 비해 갑절 이상 비싸지만 충·방전 수명이 네 배 이상 길고 전해질 교환만으로 재활용이 가능, 장기 운영비용은 오히려 경제적이다.
한신 에이치투 사장은 “다음 달 최종 평가에 통과되면 미국, 독일, 중국, 일본에 이어 한국에도 VRFB 기반의 전력 계통 연계형 ESS가 탄생하는 것”이라면서 “실증 사업을 성공리에 수행한 뒤 국내외 신재생에너지 기업과 함께 해외 마이크로그리드, 송배전용 ESS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