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제작사 `뉴`, 새 판을 짜다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제작사 뉴가 지상파TV와 외주제작사 간의 고착화된 `갑을 관계`를 깨뜨렸다. 뉴는 `태양의 후예` 모든 권리를 KBS와 공동 소유한다. 수익 배분율은 오히려 뉴가 KBS보다 높다. 대부분 외주제작사가 만든 저작권 등 프로그램 권리는 지상파TV에 귀속됐다. 방송업계는 뉴가 오랫동안 이어져 온 방송계의 악습을 바꿀 수 있는 신호탄을 쐈다고 평가했다.

◇방송업계에 등장한 영화배급사 `뉴`

뉴는 방송 쪽 외주제작사가 아닌 메이저 영화배급사다. 이미 뉴는 `신세계` `7번방의 선물` 등 다수의 영화 투자 배급에 성공, 드라마 제작 재원이 있었다. 뉴는 김은숙 스타작가와 송중기, 송혜교라는 유명 배우 캐스팅에 성공했다. 이 점이 지상파TV와의 협상에서 저작권을 갖겠다고 요구할 수 있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반면에 대부분 외주제작사는 영세해 제작비 절반 이상을 방송사로부터 지원받고 제작을 시작한다. 프로그램 기획, 촬영, 연출 등 제작 전반을 외주제작사가 진행하지만 제작비 때문에 방송사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은 아니다. 장경익 뉴 영화부문 대표는 “아무래도 기존 드라마 제작사는 지상파TV로부터 지원을 받고 시작하기 때문에 협상을 잘할 수 있는 기회를 잃고 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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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태양의 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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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태양의 후예

◇성공한 모델 `태양의 후예`

KBS와 수익 배분에 성공한 뉴는 프로그램이 벌어들이는 수익 상당 부분을 가질 수 있다. 지금까지 외주제작사가 만든 프로그램의 인기가 많아도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없는 것과 대조된다. 뉴는 저작권을 제작사가 갖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밝혔다. `태양의 후예` 저작권은 뉴와 KBS가 공동 소유한다.

`태양의 후예`로 얻게 되는 수익 배분율은 6대4(뉴 대 KBS)로 뉴가 더 많이 갖는다. 이 드라마 제작비는 뉴와 KBS가 반반씩 냈다. 드라마제작사협회는 외주제작사가 방송사보다 더 많은 수익 배분 계약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드라마제작사협회 관계자는 “드라마제작사가 저작권을 조금 가져간 곳은 있지만 지상파보다 더 많은 수익을 받기로 처음부터 계약한 곳은 뉴가 거의 처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양의 후예`는 27개국에 수출됐다. 수출 국가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수출 업무는 뉴와 KBS미디어가 국가별로 분담, 진행하고 있다. 판권이 팔린 국가는 중국(회당 25만달러)과 일본(10만달러)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루마니아, 스웨덴, 스페인, 폴란드, 벨기에, 네덜란드, 러시아, 오스트리아, 핀란드,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란, 대만, 홍콩, 필리핀,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 미국, 싱가포르다.

외주제작사 업계는 `태양의 후예` 사례로 방송사가 공고하게 쌓아 온 저작권 독점 체제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이를 계기로 다른 외주제작사도 방송사에 수익 배분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셈이다. 외주제작사 업계 관계자는 “좋은 첫 사례가 생긴 만큼 그동안 잘못된 우리나라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 관계도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영상 저작권 갖지 못하는 `외주제작사`

대부분의 외주제작사는 자사가 만든 영상 저작권을 갖지 못했다. 드라마제작사협회와 독립제작사협회에 따르면 외주제작사는 직접 기획하고 촬영한 영상에 대한 권리를 거의 갖지 못한다. 방송사가 저작권을 가져가다 보니 영상 제작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웠다. 방송으로 수익을 얻지 못한 외주제작사는 협찬 광고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었다.

외주제작사업체 대표는 “저작권을 달라고 요구했다가는 방송사가 아예 다음 작품을 함께할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에 말을 꺼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방송으로 돈을 벌 수 없으니 PPL 등 협찬광고 계약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외주제작사는 좋은 영상을 만들어도 아무런 권리가 없기 때문에 성장하지 못한다. 물론 방송사가 외주제작사에 해외 판권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영세한 제작사 입장에서는 막대한 해외 마케팅 비용을 들일 여유가 없는 게 현실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08~2014년 외주제작사 평균 종사자수는 9~14명으로 정체돼 있다. 직원이 14명도 안 되는 기업으로선 해외에 영상을 판매할 여력이 없다. 안인배 독립제작사협회장은 “외주제작사는 수십년 동안 성장하지 못하다 보니 거의 대부분이 구멍가게 수준 규모”라고 털어놓았다.

외주제작사와 방송사 간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는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실효성은 아예 없다. 가이드라인일 뿐이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표준계약서가 있지만 사실 가이드라인 수준”이라면서 “정부가 나서서 양측 계약에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독립제작사 현황

자료:문화체육관광부

태양의 후예 제작사 `뉴`, 새 판을 짜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