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나 공장, 자동차에서 나오는 배출가스에서 지금까지 방법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이산화탄소만 선택·흡착할 수 있는 소재가 우리나라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소재 표면에너지와 이산화탄소 움직임 상관관계도 밝혀 고효율 흡착재 상용화에 새 장을 열었다.
박수진 인하대 교수팀과 김학용 전북대 교수팀은 공동으로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만 흡착해 분리할 수 있는 고기공성 피치 기반 활성탄소를 개발하고 물리화학적으로 표면에너지와 이산화탄소 흡착 움직임의 상관관계를 찾았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최근 온라인판으로 게재됐다.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 주범으로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면서 최근 싼 가격에 대량으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대표적인 포집 방법은 이산화탄소만 선택적으로 분리해 흡수하는 흡착법이다. 현재 아민을 이용한 습식 흡수법이 많이 쓰이지만 비용이 비싸고 폐수가 많이 발생한다. 기기가 부식되는 단점도 있다.
연구진은 대안으로 나노다공성 구조체를 이용한 건식흡착법에 주목했다. 흡착재 가운데 활성탄소는 수많은 미세 기공을 보유하고 있어 이산화탄소 흡착재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흡착효율이 낮고 혼합기체에서 이산화탄소만 선택적으로 분리하는 데 한계를 갖고 있었다.
연구진이 개발한 석유 피치 기반 활성탄소는 이런 단점을 보완한 고기공성 흡착재다. 스팀활성화법으로 활성탄소에 다량의 미세기공을 만들고 멜라민으로 표면을 염기성으로 바꿔 이산화탄소 포집에 적합한 성질을 만들었다.
이산화탄소와 질소가 혼합된 배기가스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15%일 때 5.30wt.%(자기 무게대비 흡착량) 흡착량을 보였다. 기존 탄소 소재 대비 효율이 70%가량 높다. 더구나 10회 이상 반복한 실험에서도 흡착 효율이 떨어지지 않아 소재화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 이산화탄소 선택도는 47.5에 달해 상용화 가능한 수치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흡착재 미세 기공보다 표면에너지가 이산화탄소 흡착효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임을 발견했다. 이산화탄소 포집과 분리공정에 사용할 흡착소재를 선정할 때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진 교수는 “피치기반 활성탄소는 내구성과 이산화탄소 분리효율이 뛰어나 양산과 상용화가 가능한 소재로 이산화탄소 포집 신소재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제올라이트, 마프 등 기존 흡착률이 높은 소재가 있지만 활성탄소 대비 가격이 8000배가량 비싸기 때문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측면에서도 충분히 대안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