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계, 미래는 `고부가`지만 지금은 `범용`으로 수익 챙기기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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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빅3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이 핵심 제품인 에틸렌 가격 초강세로 2년 연속 최대 실적 갱신을 노린다.

석유화학 빅3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초강세를 보이는 에틸렌 가격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지난 수년간 설비 확장에 힘써온 투자노력이 최근 업황 회복과 맞물려 대박으로 이어졌다. 이들 빅3는 당분간 곳간부터 채운 뒤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설비 증설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에틸렌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석화화학기업 영업이익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에틸렌은 석유화학산업 핵심 원료이자, 생산능력에 따라 석유화학기업 순위를 매긴다. 가공하면 폴리에틸렌, 에탄올, 염화비닐 등 다양한 생필품 소재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수요도 꾸준하다.

최근 에틸렌 가격은 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3월 셋째주 나프타(원료)-에틸렌 스프레드(가격차이·마진)는 톤당 880달러에 달했다. 일시적으로 800달러선을 넘어서면서 초강세를 보인 지난해 2분기보다 마진이 더 높다. 지난 3년간 스프레드 평균치가 400달러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수익성은 두 배 이상 뛰었다.

에틸렌 가격 강세는 설비 증설이 지연되면서 공급이 수요 증가분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현재 에틸렌 연간 수요가 공급을 130만톤가량 앞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에틸렌 생산능력은 한화케미칼이 1위다. 대림산업과 합작투자로 설립한 여천NCC가 연간 191만톤, 지난해 인수한 한화토탈이 110만톤에 이른다. 합계 301만톤으로 세계 9위다. 우리나라, 말레이시아에서 에틸렌 설비 증설에 힘쓴 롯데케미칼이 282만톤, LG화학이 210만톤으로 뒤를 잇는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에틸렌 강세로 빅3는 그동안 투자비를 순식간에 회수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영업이익(3370억원) 절반가량을 에틸렌 관련 제품에서 냈다. 롯데케미칼도 범용 제품 강세로 역대 최대인 1조6111억원 영업이익을 거뒀다. LG화학도 1조8236억원으로 전년 대비 39.1%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기초 유분 제품 가격 강세를 보이면서 특히 에틸렌 생산 능력이 큰 대형 화학사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당분간 이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2월 일본 아사히 케세히가 47만톤 규모 나프타크래커(NCC)를 폐쇄했으며, 이외에도 6개 설비가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미국 일부 에탄크래커(ECC)도 정기보수에 들어가는 등 공급이 전반적으로 달릴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가격은 강세를 띨 전망이다.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다른 기초유분도 공급이 부족한 상태다. 빅3를 비롯한 국내 대다수 화학업체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업계는 최근 호황으로 실탄을 마련해 고부가가치 제품 투자 등 고도화에 나설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해외 ECC 투자와 함께 최근 삼성으로부터 인수한 정밀화학 분야 경쟁력 강화에 당분간 주력한다. LG화학은 나프타-프로필렌-아크릴산-SAP으로 이어지는 `프로필렌 체인` 수직계열화를 강화하는 등 고부가 제품 생산능력을 계속 키운다.

한화케미칼도 범용 석유화학 제품 PVC 기능을 향상시킨 고부가 CPVC(염소화 PVC)사업 진출로 방향을 잡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에탄올 호황은 지난해와 올해 저유가로 업계가 증설 계획을 대거 철회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2~3년 내 다시 공급 과잉으로 반전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며 “사이클이 떨어질 때에 대비해 당장은 범용 제품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나중에 고부가가치 제품 증설 여력을 갖추는 것이 타이밍으론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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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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