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는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강과 저수지는 메말라 바닥을 드러냈고, 비가 와도 갈라진 땅은 쉽사리 아물지 않았다. 양수발전소는 상부저수지가 말라 발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 부족 국가라는 말을 절실하게 느낀 한 해였다. 물의 귀중함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반면에 맑고 깨끗한 물을 공급받기 원하는 국민들의 욕구는 날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는 더 빈번해지고, 역으로 더 좋은 물에 대한 요구도 함께 높아지는 아이러니한 형국이다. 무엇보다 물 관리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이러한 때 새롭게 제시된 스마트물관리(SWMI:Smart Water Management Initiative)라는 새로운 차원의 물 관리 브랜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SWMI는 강물에서 수도꼭지까지 물 관리 전 과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함으로써 스마트한 물 관리와 효율성을 높이는 개념이다.
SWMI 적용은 크게 물 관련 △재해 대응 △환경 보호 △물 절약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재해 대응은 기후·기상과 관련이 깊다. 홍수와 가뭄 등 강수량에서 시작되는 자연재해 발생 가능성을 정확히 예측하고 사전에 대비함으로써 관련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환경 보호는 수처리 시설의 조절이다. 좀 더 좋은 물을 편하게 공급 받고 싶은 욕구는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그렇다고 관련 설비를 계속 늘리면서 자연을 파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수자원 시설 건설을 최소화하고 기존의 수자원 시설을 최대로 활용해 물 관리 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물 절약이다. 물 사용과 관련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전문가가 분석하고 감시함으로써 물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수급 상황을 점검해 각 자료에 대한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ICT 융합은 필수다.
물 관리와 ICT 융합인 SWMI는 점점 커지는 물 부족의 위협과 높아지는 소비자의 요구에 모두 부응할 수 있는 해법인 셈이다.
물 관리 과정의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종합하고 브랜드·표준화함으로써 우리나라가 물산업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을 찾을 때다. 그래야만 물 관련 기업과 시장이 커지고 활성화될 수 있다.
아직 SWMI 국내 사업은 최고 등급인 5등급까지 발전하지 못했다. 일부 공기관 주도에서 벗어나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으로 확대할 수 있는 공감대가 필요하다. 이제는 있는 물을 끌어다 소비자에게 공급만 하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개발도상국 대상의 물 관련 수출 시장 개척에도 나서야 한다.
물 인프라는 한 국가에서 가장 먼저 갖춰야 하는 필수 시스템이다. 하지만 아직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많은 국가는 열악한 인프라를 운영하고 있고 우물 하나에 여러 마을이 의존하는 곳도 상당수다. 이들 다수는 비가 많이 내리면 홍수 피해를 보고, 비가 적게 오면 가뭄과 기근에 시달리기를 반복한다. 초기 단계라도 SWMI 도입이 필요한 곳이다.
우리나라 SWMI 사업이 안착되고 진화하면 이를 글로벌 패키지화할 수 있다. 관련 노하우를 수출해 글로벌 물 문제 해결을 주도할 수도 있다. 경제 제재가 해제된 이란에 SWMI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실무 검토 작업이 시작됐다. 우리나라 물 사업과 관련된 ICT 융합이 활짝 꽃피길 기대해 본다.
서영훈 한국수자원공사 박사 skgang@kwat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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