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지혜`는 없었다. 정부가 이번에도 통신 `결합상품 지배력전이`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지 못했다. 변동이 너무 심해 결합상품은 아직 `시장 지위`를 갖지 못한다고 결론을 지었다.
정부가 결론을 유보한 빈자리는 통신사 차지였다. 통신사는 일부 사실을 자사에 유리하게 확대 해석하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 찬반논리로 활용했다. 경쟁상황평가가 핵심쟁점 판단을 미루면서 합병인가 예측이 어려워졌다.
◇정부 “결합상품 지배력전이 알 수 없어”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지난 18일 `2015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를 발표하면서 통신 결합상품은 아직 시장이라는 지위를 부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물론 시장지배력 전이도 따질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여재현 KISDI 통신전파연구실장은 “결합상품은 변동이 심해 시장 획정이 어렵다”며 “지배사업자가 누군지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KISDI가 이렇게 판단한 근거는 `수요대체성`이다. 어떤 제품 A의 가격을 올렸을 때 얼마나 다른 제품으로 옮겨가는지를 보는 것이다. 만약 가격변동에 따른 이동이 심하면 A는 하나의 시장 지위를 얻지 못한다.
KISDI는 2393명을 설문조사해 결합상품 요금을 10% 인상했을 때 현재 사용 중인 결합상품을 유지하겠다고 응답하는 비율을 관찰했다. 그 결과, 전체 54.1%만 현재를 유지하고 나머지는 다른 결합상품이나 단독상품으로 전환했다.
가격을 조금 올렸을 뿐인데 절반 가까이가 다른 상품으로 떠난 것이다. KISDI는 수요대체성이 너무 커 결합상품을 시장으로 인정하기는 이르다고 판단했다.
여 실장은 “이번 경쟁상황평가가 제공하는 통계는 참고자료일 뿐 합병 이슈와 연결해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결합시장에서 지배력이 형성되는 것을 관찰하려면 더 많은 시간과 자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신사, 평가 내용 일부 발췌…합병 찬반에 활용
정부 바람과 달리 통신3사는 경쟁상황평가 일부를 발췌,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 국면에서 자사에 유리하게 해석했다.
공방은 `이동전화 결합상품`에 집중됐다. SK텔레콤 점유율이 3사 경쟁체제가 확립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0%를 돌파(51.1%)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 이동전화 지배력이 결합상품을 통해 다른 상품으로 전이된 결정적 증거라며 정부와 SK텔레콤을 압박했다. 합병을 불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동전화를 포함한 결합상품에서 SK텔레콤은 전년(2013년)보다 3%포인트 이상 점유율이 늘었다. 2008년 29.8%에서 매년 큰 폭 점유율을 높였다.
SK텔레콤은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에서는 KT가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논리로 맞섰다. 무선과 유선시장 1위업체가 해당 결합상품에서도 점유율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이치라는 것이다.
KT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 점유율이 2007년 5.6%에서 2009년 49.9%로 급등했다고 해서 KT 유선시장 지배력이 다른 상품으로 전이됐다고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 시장은 각각 1342만회선, 1201만회선(통신4사 기준)으로 비슷한 규모다.
SK텔레콤은 오히려 이번 경쟁상황평가에서 이동전화 매출액 점유율이 사상 처음 50% 이하(49.6%)로 떨어진 점에 주목했다.
작년 가입자 기준 점유율이 44.8%(알뜰폰 제외)로 떨어진 데 이어 매출액 점유율까지 50%가 붕괴된 것은 `시장경쟁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