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질서 유지와 치안 확보는 국가의 중요한 역할이다. 국민은 국가와 암묵적 합의를 한다. 신체적 제약을 감수하고 국가 통제에 따른다는 게 골자다. 문제는 국가가 국민 개개인 정보 수집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시작된다. 국가는 수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반면에 국민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반발한다. 이 지점에서 충돌이 발생한다. SNS시대를 맞아 각국 정부가 인터넷, 뉴미디어 기업과 갈등을 빚는 일은 흔하다.
특히 이용자 정보를 다루는 기업은 애매해진다. 정부와 국민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이 같은 현상은 세계적으로도 공통된 현상이다. 애플은 미국 정부와 이용자 정보 암호화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미 정부와 법적 다툼까지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카카오가 이용자 정보처리를 놓고 국가와 한 때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전기통신사업자에 영장 없는 수사기관의 이용자 정보 요청이 논란이다. 영장이 없더라도 공익을 목적으로 이용자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는 정부와 전기통신사업법에 명시된 내용도 애매하다는 업체 간 힘겨루기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은 영장을 제시할 경우에 정보를 제공한다. 네이버는 지난 2012년부터 영장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정보를 제공한다.
혼란의 진원지는 전기통신사업법이다. 제83조 3항에 전기통신사업자가 재판·수사·형 집행·국가안전보장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하면 `따를 수 있다`고 명시됐다. `따를 수 있다`는 문구가 자의적으로 해석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결정 부담이 개별 업체의 몫으로 돌아온다. 혼란이 가중되는 이유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 같은 문제를 토론할 공론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이용자에게 정보제공 사실을 의무 통지하는 방안도 묘수일 수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 83조 3항 개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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