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국내에서 액셀러레이터(창업보육기관)로 활동하고 있는 중국인 창업자 2세를 만났다. 20대 후반의 젊은 창업 2세는 중국인이지만 미국에서 공부해 영어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그는 거의 1년여 만에 다시 만난 기자에게도 인사를 하자마자 질문을 던졌다. 전자산업 전문 매체이니만큼 시장이나 기술 산업에서 중요한 변화에 대해 가르쳐 달라는 내용이었다.
“Teach me(가르쳐 달라)”라는 그 말에 기자는 적잖게 놀랐다. 보통 기자간담회라고 하면 기업은 자사 계획이나 전망을 말하는 자리다. 그 자리에서 창업 2세는 기자들을 일일이 만나 인사하면서 당당하게 조언을 요청했다.
기자는 “중국은 이미 기술이 많이 발전해서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다”면서 “한국의 경쟁력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한국과 중국이 경쟁할 수 있나요? 중국의 커다란 시장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다. 경쟁이 안 된다. 두 나라는 협력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되물었다. 기자가 두 번째 말문이 막힌 순간이었다.
중국과 한국은 이미 경쟁하기에 차이가 너무 벌어졌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창업문화에서 중국은 한국을 훨씬 앞섰다. 선전의 하드웨어 창업기지, 베이징 중광춘의 열린 생태계, 상하이의 대규모 자본까지 중국의 창업 2세 말대로 경쟁이 안 되는 규모다.
여기까지도 긴장되는데 중국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Still hungry)`고 말한다. 중국은 더 많이 배우고 싶어 하고 더 성장하기를 원한다고 느꼈다.
그는 아버지가 부동산 개발사업 등으로 크게 사업을 일으킨 뒤 고속 성장해 부를 쌓았다. 자신은 가업을 잇는 대신에 자신만의 마케팅 회사와 창업보육사업을 하고 있다. 처음 한국에서 창업보육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창업 2세의 별난 계획 정도로 생각했다.
그는 얼마 전에 인도를 다녀왔고, 인도의 기술발전 속도 등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세계 어디서든, 무엇이든 배움을 찾는다는 열정이 더 크게 다가온다. “가르쳐 달라.”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말이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