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반등세 탄 유가…산업계·정유업계 “반갑지만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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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올해들어 처음으로 배럴당 40달러선을 넘어섰다. @게티이미지

국제유가가 한달 새 50% 넘게 올랐다. 주요 산유국 산유량 동결에 대한 기대감과 미국 생산량 감소, 달러 약세 등 요인이 작용해 강한 반등세를 탔다. 산업계가 유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정유·석유화학업계는 수익성 악화 우려에 직면했다.

◇석달 만에 40달러선 회복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거래 가격은 지난 2월 11일 배럴당 26.11달러로 연중 최저치를 찍은 뒤 반등해 이달 17일 40.2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3일 이후 최고치이자 올해 처음으로 40달러선을 넘어섰다. 5주째 상승세도 이어갔다. 이 기간 상승폭은 54%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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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추이. <자료:한국석유공사>

주요 산유국 산유량 제한 공조 강화로 공급과잉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카타르 에너지장관이 4월 회동 일정을 발표했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 석유부 장관인 알렉산더 노박은 이번 회동에서 산유량 동결 합의가 확대된다면 국제유가는 6~9 개월 사이에 다시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결에 긍정적 입장을 표명한 산유국 생산량은 세계 산유량의 73%다.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어 4월 회동을 기점으로 세계 원유 공급 증가율이 둔화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페이스 바이럴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최근 유가 상승이 산유국 공조보다 미국 셰일오일 생산 감소 전망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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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추이 <자료:한국석유공사>

하지만 현재 상황이 공급과잉 해소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산유국이 생산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상황에서 생산량 동결에 나섰고 이란은 산유량을 지속 늘릴 전망이다. 최근 한달간 유가 급등도 선물 수급 측면에서 숏커버링(매도한 물량을 다시 사는 것)에 의한 것으로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공급과잉에 대한 여전한 부담 등을 감안하면 숏커버링이 마무리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승 모멘텀이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산유국 공조가 실효를 거둘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정유·석화업계 “달갑지 않다”

저유가로 인한 수주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조선, 철강, 건설업계는 유가 상승이 반갑지만 상황을 반전시킬 요인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유가가 반등해도 현재 상황에서 당장 증설에 따른 수주가 나오기 어렵다고 봤다.

원유와 석유제품인 나프타를 원료로 쓰는 정유, 석유화학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보통 유가 상승이 이들 업계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상황은 반대다. 유가가 완만하게 오르면 재고차익으로 대규모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수익성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이 감소하고 있어 급격한 유가 상승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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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가격 상승으로 인해 오히려 정제마진이 줄어들면서 정유사 수익성은 악화된 상태다.

우리나라 정유 4사 총 정제량은 하루 280만배럴이다. 도입 비중이 가장 높은 중동산 원유 수송 기간과 가동률 등을 감안한 재고물량은 최소 6300만배럴로 유가가 1달러 상승하면 700억원이 넘는 재고차익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이상 석유제품 가격 상승폭은 원유가격 상승폭을 따르지 못해 정제마진이 감소하고 있다. 정제마진이 1달러 줄어들면 정유업계 영업이익은 한달 1000억원가량 줄어드는 구조다.

IBK투자증권 추산 3월 둘 째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6.9달러로 6주째 6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평균 배럴당 8달러, 올해 1월 평균 9.9달러로 강세를 보이다 2월 첫 째주 6.6달러로 급락한 뒤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정제마진 호조로 글로벌 정제설비 가동률이 지속 상승했고 이로 인해 최근 시장에 제품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다. 휘발유, 등유 수요 성장세가 꺾이면서 제품 가격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원료(원유)가격은 오르는 데 제품 가격은 상승하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다. 동부증권은 `글로벌 가동률 상승에 따른 재고 부담, 수요 둔화 가능성은 정제마진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근거`라고 분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카타르 산유국 회의로 동결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원유 공급과잉 현상은 해소되지 않아 다시 떨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면서 “최근 저유가로 정제마진이 좋아진 상황이라 유가의 급격한 회복은 오히려 악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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