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AI 숟가락 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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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전 국민을 들었다 놓은 `알파고와 이세돌 9단` 대국의 가장 큰 수혜자가 구글이나 이세돌이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있다.

수백~수천억원을 들여서 교육해도 달성하지 못할 국민들의 과학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고, 우리 산업의 나아갈 방향 가운데 하나를 찾게 했다는 것에 대한 평가다.

말 그대로 대한한국 사회는 `인공지능(AI)` 열풍이다. 정부 부처도 이번 대국을 계기로 앞 다퉈 AI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AI 분야 응용·산업화를 위한 지원 강화와 과감한 규제 완화 계획을 밝혔다. 지원 예산을 연간 130억원에서 200억원 이상으로 늘리고, 지원 분야도 확대했다. `인공지능 응용·산업화 추진단`도 설치해 앞으로 5년간 AI 적용 가능 품목·기술 등 사업화 과제를 발굴하고, 고급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 방안도 내놨다. 각계각층으로 구성된 `(가칭)인공지능 산업화 민간자문위원회`도 발족시켜 사회 이슈도 점검키로 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예산을 300억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미래부 내부에 `인공지능 전담팀`도 만들었다.

AI가 놓쳐서는 안 되는 흐름이고 가야 할 방향이라는 점에 모두가 공감하는 것 같다.

정부의 발 빠른 대응에 감탄사가 나오기도 하지만 `냄비 근성`을 얘기하는 냉소 시각도 존재한다.

우리 경제의 문제를 진단할 때 항상 등장하는 말이 `퍼스트 무버`다.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 한계에 다다랐고 이제 우리만의 무엇을 찾아 세상을, 시장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외쳐 왔다.

우리는 AI 분야에서 패스트 팔로워가 아닌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을까. 지금 쏟아지고 있는 정부나 사회 관심이 이런 전략의 실현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하지만 이전 사례를 볼 때 AI 열풍도 일시 지나가는 바람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불과 몇 년 전에 폭풍 관심을 보인 뇌 과학에 대한 올해 투자금액이 얼마인지, 불과 수개월 전 알파고 못지않은 신드롬을 일으킨 드론 활성화 정책은 제대로 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언제까지 구글, 애플, 아마존, 알리바바닷컴이 새로운 것을 내놓을 때마다 매번 흥분하고 따라가야 할까.

일에는 `하고 싶은,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일`이 있다. AI 열풍도 마찬가지다.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해야 하는 일을 실천에 옮길 때다. 물론 이런 고민과 실천에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요즘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어떻게 판단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다. 개인이나 기업 또는 우리 사회가 올바른 결정을 하고 있는 것인지, 혹여 실수가 없는 것인지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지금 결정이 가까운 또는 먼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지금 정부 부처가 앞 다퉈 내놓은 AI산업 육성 정책을 마련한 정부 담당자에게 묻고 싶다. 지금 대책이 내가 아닌 내 자식이 살아갈 대한민국에 대한 고민을 담아냈는지, 아니면 거센 열풍에 숟가락만 얹은 것인지.


홍기범 금융/정책부 데스크 kbho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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