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의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냈다. 예상된 일이지만 공천 탈락에 대한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탈락 후보자가 백의종군을 내세우는가 하면 어떤 후보자는 못 먹는 감 찔러나 보겠다며 소속 정당에 피해를 주는 독설을 쏟아냈다. 소속 정당에 대한 배신감이 큰 것도 있지만 공천 탈락은 정치 인생의 위기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 같은 공천 잡음은 정책과 비전 정치를 사라지게 한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끌 정보통신기술(ICT) 의회정치가 위태롭다. 여야 공천이 거의 마무리된 가운데 과학기술과 ICT계를 대표하는 후보들이 줄줄이 낙마했다. 여당의 경우 핀테크 전도사 애칭이 붙은 서상기 의원을 비롯한 ICT 규제 제거를 위해 동분서주한 권은희 의원 등 ICT 전문가들이 대부분 공천 배제됐다. 비례대표도 비밀에 부쳐져 있지만 지난 국회에 비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은 대부분 정보기술(IT) 제품이다. 휴대폰을 비롯한 반도체, 가전제품 등 전체 수출의 25%가 IT 품목이다. 4차 산업혁명 바람이 불면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이 급부상했다.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세계 각국 정부와 산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우리 기업들 역시 정부의 정책 지원을 믿고 연구개발(R&D)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는 ICT와 과학기술계의 여론이 입법 활동에서 철저히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사회 문제를 풀기 위해 ICT 관련 선제적 입법정치가 중요해졌지만 정작 이를 주도할 전문가의 국회 입성이 크게 줄었다. 19대에 비해 ICT 출신 후보자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현역 의원도 줄줄이 고배를 들이켰다. ICT업계는 미래 지향이 아닌 과거회기형, 전통형 의회정치 구도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정치 실패는 어떠한 개혁의 몸부림도 물거품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 그것을 지난 19대 국회가 잘 보여 줬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동안 미국, 일본, 유럽은 이미 4차 산업혁명을 향해 빛의 속도로 달리고 있다. 더 이상 국민과 기업이 정치를 신뢰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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