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했다. 네 차례로 예정했던 올해 금리인상 시기도 두 차례로 줄였다. 국내 증시도 미국발 훈풍에 반응해 깨지지 않던 코스피 1980선을 훌쩍 넘어 2000선 고지로 향했다.
17일 새벽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현 기준금리인 0.25~0.50%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또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 전망치를 지난해 말 예측치인 2.4%에서 2.2%로 낮췄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 등은 올해 금리인상을 두 차례만 할 것을 시사해 주목된다. 지난해 12월 네 차례로 권고됐던 것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다.
옐런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신중을 기하는 것이 적절하다(caution is appropriate)”고 언급해 향후 금리인상 시기도 4월이 아닌 6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월가 전문가들과 외신은 기준금리가 연말에 0.9%까지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해 당초 예측치인 1.4%를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 움직임이 미국 경제에 지속적인 위험을 주고 있다”며 기준금리 동결 배경을 밝혔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최근 경제지표 개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달러화 강세와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부담으로 기준금리를 유지했다”며 “연준은 연내 두 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여전히 하반기 한 차례 정도 금리인상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금리 동결의 주된 이유”라며 “물가 상승과 유가 반등으로 제조업 지표 개선이 뒤따를 여지가 있어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지만 글로벌 경제의 체력적인 한계로 인해 잘해야 0.75%에서 금리인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 발표가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으로 나오면서 달러화 가치는 급락할 전망이다. 실제로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3.3원 내린 1180.0원에 거래가 시작돼 1170원대로 떨어져 거래됐다. 환율이 1170원대로 떨어진 것은 올 들어 1월 4일 이후 처음이다.
전일 산유국들의 산유량 동결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오른 것도 위험 선호 심리에 불을 지펴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동안 환율 상승으로 수혜를 보던 자동차, IT 등 수출주는 당분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국내 증시는 활짝 웃었다. 그동안 1980선 근처를 맴돌던 코스피는 올 들어 처음으로 1990선을 넘어 2000선을 위협했다. 코스닥지수는 700선에 바짝 다가서는 등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였다.
외국인들이 일제히 사자 대열에 합류했고 금리 동결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에 증권주는 급등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3월 FOMC를 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단순 안도랠리에서 달러 안정랠리로 진전될 것”이라며 “글로벌 자금흐름의 위험자산 선호 기조는 상당기간 유효해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