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컴퓨터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원천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얇은 2차원 소재를 서로 맞닿게 쌓아 성능을 높인 기술이다. 해당 성과를 담은 논문은 `나노레터스` 3월호에 실렸다.
개발 주역은 조병진 재료연구소 표면기술연구본부 박사팀(제1저자 김아라, 김용훈)이다. 조 박사팀은 머리카락 10만분의 1 굵기의 얇은 고성능 트랜지스터 소자 개발에 성공했다. 이 소자는 금속 없이 2차원 도체 소재와 계면 접합 기술로 만들어졌다.
이번 연구에는 함명관 인하대 교수, 남재욱 성균관대 교수, 아자이안 미국 라이스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조 박사팀은 2차원 반도체 소재(텅스텐 다이셀레나이드)와 2차원 도체 소재(니오비윰 다이셀레나이드)를 소자 개발에 활용했다. 이렇게 만든 소자는 마치 종이 두 장을 겹친 것처럼 매우 얇고 잘 휜다.
기존에는 2차원 도체 소재 대신에 팔라듐 같은 금속을 사용했다. 이는 종이 한 장 위에 표면이 거친 두꺼운 책을 올려 놓은 것과 같아 웨어러블 컴퓨터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트랜지스터 소자는 컴퓨터 등 전자기기에 사용하는 기본 단위 부품이다.
웨어러블 컴퓨터에 적용 가능한 얇은 트랜지스터 소자를 만들려면 2차원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 문제는 소재가 만나는 계면의 청정도와 균일도다. 이 두 요소가 소자성능을 결정짓는다.
2차원 소재와 금속이 만난 계면은 금속으로 인해 울퉁불퉁하고 무수한 결함을 동반해 소자 성능이 크게 저하된다.
조 박사팀은 금속 대신에 유사한 전기적 성질을 지니고 또한 얇은 2차원 도체 소재를 사용해 깨끗하고 균일한 계면을 형성했다.
이번에 개발한 소자는 기존 금속 소재를 적용한 소자보다 전기가 빨리 통해 트랜지스터 성능이 5배 이상 향상된다. 적용 소재는 모두 2차원 소재이기 때문에 제조 공정이 간결하고, 제조 인프라 구축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조병진 박사는 “2차원 도체 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다른 2차원 소재와 잘 접합하는 기술은 경쟁력 있는 원천기술”이라며 “개발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차세대 2차원 반도체 소자 집적화 기술로 이어가면 웨어러블 컴퓨터 상업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일 말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연구소 `전이금속계 2차원 소재 원천기술 개발 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자지원사업으로 수행됐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