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견고한 오름세를 타면서 주유소 기름 값도 들썩이고 있다. 국제 가격 인상분이 약 2·3주간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달 후반쯤 주유소 기름값 상승세가 피부에 와 닿을 전망이다. 일각에서 리터당 1500원 회복도 시간문제란 예상이 나온다.
16일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싱가포르 석유제품 시장 휘발유 거래가격은 지난 2월 10일 리터당 286.93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찍은 뒤 반등해 이달 14일 378.33원까지 올랐다. 전반적 상승세를 보이며 리터당 91.4원 올랐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주유소 보통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1358.06원에서 1345.83원으로 오히려 12.23원 하락했다. 싱가포르 석유제품 가격은 통상 우리나라 시장 가격을 결정하는 지표다. 그런데도 다른 흐름을 보인 것은 같은 기간 정유사가 주유소 공급가를 인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유사 공급가는 국제제품가의 하락세에 맞춰 2월 2주차 까지 하락했다. 2월 11일, 국제제품가가 상승 반전했지만 정유사 공급가는 2월 20일까지 하락된 가격을 유지했다. 그리고 2월 마지막 주의 소폭 상승 이후 3월 첫 주에는 국제제품가의 지속 상승에도 불구하고 다시 약 20원 가까이 공급가를 내렸다.
주유소, 대리점 등 구매자들의 수요가 증가하는 월말, 월초 주간에 접어들면서 국제 제품가가 상승하기 시작했지만 이전 낮은 가격에 원유를 구매한 정유사가 재고분을 처리하면서 판매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주유소 또한 이미 사 놓은 상대적으로 싼 재고를 소비하느라 국제 유가, 제품 가격을 바로 가격에 반영하지 못했다.
하지만 주유소 가격은 점차 반등해 상승 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국제유가의 급락 등 다양한 변수가 없다고 가정하면 싱가포르 제품 가격 인상분, 즉 90만원 내외의 인상 요인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주유소가 지난 3주 동안 저렴한 재고를 거의 다 소진하고 정유사들이 공급하는 비싸진 기름을 받아 팔기 시작하면서 지난 주부터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가는 오르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한 제품가격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시차는 약 2,3주 정도다. 주유소 재고 소진 주기를 감안하면 앞으로 한 달 가까이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사 관계자는 “현재까지 나와있는 제품 가격만 놓고 얘기하면 국제 가격 인상분이 아직 국내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정유사가 보유한 상대적으로 저렴한 재고가 소진되면 인상분이 소비자에도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휘발유 국제 제품가격과 정유사 공급가 비교.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