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D가 발표한 2015년도 세계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0위권에는 작지만 강한 나라들이 포진해 있다. 홍콩, 싱가포르, 스위스,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이다. 이들 7대 강소국은 모두 글로벌화에 성공한 공통점이 있다.
역사의 변곡점 위에 서 있는 한국 경제도 글로벌화를 위해 운명을 건 혁신을 해야 한다.
글로벌 강국이 되느냐 변방 소국으로 남느냐 하는 갈림길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 가장 우선 혁신해야 할 것은 리더십과 조직문화다. 한마디로 전 세계의 다양한 인재를 영입해 창의 조직 문화로 통합해 낼 수 있는 혁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동안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해 온 공동체주의라는 성공 함정이 있다. 우리 공동체 문화는 신바람이라는 힘을 일으켜 산업화의 성공 신화를 일궈 냈다. 신바람은 공동체주의 조직 질서와 개인의 적극성 및 자발성이라는 심리가 상호작용함으로써 일어난다. 경험 없고 자원도 부족하지만 똘똘 뭉쳐 열정을 다하면서 ‘일할 맛 나는’ 직장에서 ‘죽을 둥 살 둥’ 일했다. 그리고 목표를 이루면 그 결실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믿음으로 미래 희망을 밝게 가졌다. 기업들은 이 힘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여 나갔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 한국식 공동체주의는 선발주자로 나서야 하는 새로운 목표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1980년대 산업화까지는 긍정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지금은 다양성과 창의성을 죽이는 부정 요인으로 더 크게 작용한다. 만연한 소아적(小我的) 공동체주의는 분열과 집단 이기주의를 조장, 전체 생태계 발전을 가로막는 경향이 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일사 분란한 의사결정만을 강조한다면 도전을 기피하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보수 문화만을 키울 뿐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우리 공동체 문화가 학연, 혈연, 지연 등에 의해 절대 결속력을 갖기 쉽다는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리더십 정립이 절실하다.
그동안 밖으로만 나가는 일방적 국제화로 일관하고 다른 나라로부터 능력 있는 경영자를 스카우트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도 따지고 보면 특유의 공동체주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종 교배를 거부한 일방적 국제화로는 21세기 글로벌 강국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대세다.
최근 굴기하는 중국 기업의 사례를 보자. 레노버는 2004년만 해도 세계 PC 시장에서 점유율 2.3%에 불과했다. 이후 IBM PC 사업부와 모토로라 인수, NEC와의 합작투자 등을 통해 세계 시장점유율 21.2%로 1등 기업이 됐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전 세계 각지에서 인재를 영입해 창의 조직 문화를 만들려는 전략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 중국 회사는 우리 국제화 방식과 달리 주재원을 파견하기보다 현지 인재를 등용한다. 최고경영진 10명 가운데 6명이 외국 국적이며, 상위 임원 100명의 출신 국가가 20개국에 이를 정도이다. 이러한 인재 다양성 전략에 대해 양위안칭 회장은 “앞으로 세계 각지의 인재를 영입해 글로벌 최고 기업이 되겠다”고 말한다.
이러한 리더십 및 조직문화 변신과 함께 혁신해야 할 것이 또 있다. 바로 플랫폼 전략이다. 지금까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제품 단위로 혁신했다면 앞으로는 전 세계의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을 끌어 모아 비즈니스 생태계를 창조하는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어차피 한국은 중국과 같이 엄청난 크기의 시장이 없으며, 군사 대국도 아니다. 그 대신 동아시아와 서양, 아시아 사이를 연결하는 지정학적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서 특정한 제품이나 몇 개의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세계화하기보다는 ‘허브(hub)’로서의 역할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허브로서의 플랫폼 전략은 바로 글로벌 강국을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최근 한류 3.0 전략을 발표한 SM엔터테인먼트의 사례를 보자. 일방적 음악 수출의 한류 1.0과 현지 시스템 구축의 한류 2.0에 이어 한류 3.0은 플랫폼 전략에 기반하고 있다. 예를 들면 신인 아이돌 그룹 NCT는 올 봄 첫 번째 유닛의 데뷔를 시작으로 서울과 일본 도쿄에서 활동할 팀, 중국어권 주요 도시들에서 활동할 팀들이 순차로 공개될 예정이다. 또 동남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 등 전 세계 각 지역을 거점으로 한 팀들도 탄생시킨다. 하나의 노래를 각 나라의 언어로 발표함은 물론 동시에 현지 시장을 타깃으로 한 음악과 콘텐츠를 지속 발표한다.
즉 NCT라는 팀은 과거와 달리 이미 정해진 멤버들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수시로 확장되고 바뀔 수 있는, 일종의 세계 최초 아이돌 플랫폼인 셈이다. 세계 각 나라의 음악 인재들이 꿈을 안고 이 플랫폼으로 모여들 것이다. 이렇듯 글로벌 허브로서 한국은 인종, 언어, 문화와 상관없이 전 세계 인재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성공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한국은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한다’는 이념을 실현시키는 ‘기회의 땅’이 돼야 한다. 이러한 기회의 허브에 전 세계의 젊은 인재들이 몰려들 때 한국은 진정한 글로벌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이장우 (성공경제연구소 소장,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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