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알파고가 묻는다 "경쟁자가 누구니"

Photo Image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구축한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는 인류에 혁신의 장을 선물했다.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백만장자 되는 게 시간문제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이를 증명한다.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호텔체인 힐튼에 버금간다. 차량공유 기업인 미국 우버도 마찬가지다. 이들 기업의 창업자는 ‘필요’를 ‘혁신’으로 연결했다. 그들에게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였다. 불편함과 불합리에서 사업 기회를 찾았다. 우버 창업자는 택시가 잡히지 않는 프랑스 출장길에서 사업을 착안했다. 에어비앤비 설립자 역시 잠을 잘 수 있는 에어메트와 아침식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최소한의 욕구를 이윤 창출로 연결했다.

혁신 비즈니스는 전통 비즈니스의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했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은 새로운 경쟁상대를 끊임없이 출현시켰다. 혁신자본주의 시대에는 헤비급과 플라이트급 선수가 맞붙는 게 일상이다. 시장은 넓지만 경쟁자도 많다. 소셜커머스 기업 쿠팡이 국내 최대 유통공룡 신세계와 경쟁하는 시장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바둑 9단 이세돌 프로기사가 인공지능(AI) 알파고와 바둑판에서 겨누는 이벤트도 마찬가지다. 이러다 보니 세계 곳곳에서 헤게모니 싸움이 한창이다. 혁신 대 전통 산업 간 신·구 대결은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와 같다.

‘나이키의 경쟁자는 닌텐도다.’ 이 가설은 한때 비즈니스 경영학에서 유행했다. 게임에 심취한 젊은층이 늘면서 운동화 판매가 둔화된다는 논리다. 2016년 3월 현재에도 이 가설은 유효할까. 아마도 나이키 경영진은 핀란드 모바일 게임회사 슈퍼셀 등 제3의 기업을 지목하고 있지 않을까. 가상현실(VR)과 드론 기업도 잠재 경쟁자다. 혁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처럼 경쟁 상대가 끊임없이 변한다. 이세돌-알파고 대결이 산업과 시장에 주는 메시지도 명확하다. 한마디로 ‘시장은 넓고 경쟁자는 바뀐다’는 의미다. 이세돌 9단과 마주앉은 상대는 중국 랭킹 1위 커제 9단이 아닌 알파고였다. 기술결정론이 아니더라도 현재의 ‘옮음’이 미래의 ‘그름’으로 판명날 개연성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의 아웃사이더가 훗날 주류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 둬야 한다.

요즘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동인(動因)은 무엇일까. 낡은 것과 새 것의 충돌이다. 신·구 대결에서 발생한 스파크는 엄청난 힘을 만들어 낸다. 이업종 간 경쟁도 수소폭탄급이다. 기술과 제도 간 갈등은 기득권 싸움을 넘어 변증법으로 발전한다. 과학기술과 정보기술(IT)이 전통의 대결 구도를 파괴한다. 인간 대 기계 대결을 넘어 ‘기계 vs 기계’, ‘기계 vs 로봇’ 대결도 머지않았다. 국내 산업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나타난다. 정보통신, 가전, 유통 모든 분야에서 앱 기반의 신성들이 출현한다.

이쯤되면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나 옳다’라는 가정의 진위 여부를 생각해야 한다. 알파고의 충격은 입신의 경지라는 프로 9단을 넘어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할 수 있다는 화두를 던졌다. 바둑 10단이라는 영역의 존재 가능성도 묻는다. 우리가 인지하고 생각하는 것만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 5년 후, 10년 후의 경쟁자는 전혀 다른 업종에서 나올 수 있다. 이업종 경쟁은 심화될 게 분명하다. 혁신은 여기서 출발한다. 발명도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한다. 알파고가 묻는다. “너의 경쟁자는 누구니?” 마지막 5국을 앞둔 이세돌-알파고 간 세기의 대결은 나이키-닌텐도 대결 구도만큼이나 시사점이 크다.


김원석 국제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