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TE는 2012년 중국산 스마트폰 최초로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G마켓을 통해 제트폰을 선보였다.
ZTE는 제2의 샤오미를 꿈꾸는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통신 장비·기업 솔루션과 같은 ZTE 주축 사업부 중 하나일 뿐이다. 오히려 통신장비 분야에서 인지도가 더 높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제품별 매출액 증감률을 보면 스마트폰 분야는 9.0% 감소한 반면에 통신 네트워크 설비는 22.4%, 기업솔루션과 기타 제품은 45.8% 증가했다. 연구개발에 ZTE 연 매출의 10%를 쏟아 부은 결실이다. 현재는 160개국 500여 통신사업자에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ZTE는 이에 힘입어 지난해 상장 기업 주주 귀속 순이익은 37억8000만위안으로 전년 대비 43.7% 증가했다. 매출은 1000억8000만위안으로 23.8% 늘었다. ZTE 연 매출이 1000억위안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ZTE는 4G LTE 네트워크 솔루션 판매가 증가한 데다 광대역망 수요가 늘면서 관련 솔루션 판매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휴대폰 사업은 중국 내수 부진으로 수익이 감소했으나 해외에서는 호조세를 보였다.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전 세계 출하량으로는 10위지만 호주와 러시아에서 각각 3위를 기록했다.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ZTE 점유율은 약 8%로 4위를 기록 중이다. 중저가 시장 점유율은 크게 늘었다. 지난해만 미국에 15종 스마트폰을 공급하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청리신 ZTE 미국 법인 대표는 “지난 2년 사이 미국 내 200∼400달러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ZTE 점유율이 11%에서 30%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ZTE는 아이폰 10분의 1에 불과한 가격경쟁력으로 승부를 걸었다. 실제로 ZTE 메이븐은 북미 시장에서 60달러에 팔린다.
그렇다고 ZTE가 싼 제품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년간 미국프로농구(NBA) 휴스턴 로켓츠·뉴욕 닉스·골든스테이트 워리워스와 함께 팀 로고와 앱이 들어간 스마트폰도 만들었다. 미국 정치권 비판을 의식해 로비 비용으로 지난해만 95만달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ZTE가 미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중국 내에서 샤오미와 화웨이에 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정부가 최근 ZTE에 수출규제 조치를 취하면서 미국 시장 진출길이 막히게 됐다. 공든 탑이 무너지게 생겼다.
미국 상무부가 이란 등 미국 경제제재 대상국에 마이크로소프트(MS)와 IBM, 오라클, 델 등 미국산 첨단 장비를 수출하고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ZTE 내무문건을 확보한 데 따른 조치다.
지난 8일(현지시각)부터 미국 부품 공급업체가 ZTE에 수출하려면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 불허가 전제라 사실상 부품 수출금지나 마찬가지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산 부품에 의존했던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ZTE는 자체 반도체가 없어 퀄컴을 비롯한 미국산 부품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생산한 부품 공급이 중단되면 미국 시장은 물론이고 기업 생존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놓일 전망이다. 현재 ZTE는 홍콩과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회사주식 거래를 중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14년 기준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ZTE 전체 매출에서 86%를 차지했다”며 우려했다.
ZTE가 반도체 공급원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신시아 멘 제프리스 애널리스트는 “ZTE는 미국산 칩셋 일부를 가격이 저렴한 제품으로 바꾸기 어렵다”며 “반도체는 미국산이 아니지만 반도체에 미국산 부품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ZTE 현황>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