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알파고가 우리 산업기술계에 던지는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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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정상 바둑기사인 이세돌 9단과 컴퓨터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결을 바라보는 이들의 반응은 참으로 다양하다. 구글과 우리의 인공지능(AI) 기술 수준을 비교하면서 자조하는가 하면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며 공포에 떨기도 한다.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영역으로 생각해 오던 바둑마저 기계가 침범했다는 사실에 놀라 이른바 ‘멘붕’을 경험하는 것 같다. 이런 때 일수록 우리 산업기술계는 좀 더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알파고 선전을 보면서 우리 기술무역의 현실을 떠올렸다. 기술무역은 기술지식, 기술서비스 등과 관련된 국가 간 상업 거래를 의미한다. 즉 특허, 노하우, 엔지니어링 컨설팅, 기술지도 등 거래가 여기에 해당한다. 소프트웨어(SW)도 중요한 기술 수출 품목의 하나다. 머지않은 때에 알파고는 구글 핵심 상품으로 우리 시장의 문을 두드리게 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무역 강국을 자처하면서도 기술무역 면에서 경제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규모 면에서 2013년 기준으로 일본의 절반,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기술 수출은 그보다 더 초라해서 미국의 20분의 1, 일본의 5분의 1 수준이다. 원천기술을 외국에 의존해 상품을 제조하는 산업구조이다 보니 기술무역수지의 적자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지속과 함께 불어닥친 산업구조 재편 바람은 우리 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14개월째 이어지는 상품 수출 감소는 심상치 않다. 중국 기업도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면서 우리 기업의 행보를 어렵게 하고 있다. 기술을 외국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해졌다. 도처에 우울한 전망 일색이다.

이런 와중에도 희망이 보인다. 다름 아닌 기술 수출에서다.

전체로 보면 적자이기는 하지만 기술무역 규모가 커지고 수출도 나날이 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 기술무역 규모는 253억5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기술 수출은 97억65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2% 늘었다. 기술 수출을 수입으로 나눈 기술무역수지비도 0.63으로 전년의 0.57에서 개선됐다. 이는 2010년 0.33에서 꾸준히 나아진 결과다.

2004년 55억6300만달러에 불과하던 기술무역 규모는 10년 만에 4배 이상 성장했고, 기술 수출은 6.9배 늘어났다. 특히 게임을 비롯한 정보통신산업 기술 수출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정보통신산업 기술 수출액은 28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전체 수출액 28.8%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한 규모다.

게다가 지난해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 수출이 성사되면서 그동안 기술무역에서 기여도가 낮던 제약·바이오 분야도 기대주로 떠올랐다. 한미약품의 계약 규모는 공개된 것만 약 70억달러에 이른다. 우리 산업구조가 다변화되고 고도화되면서 기술 수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희망 어린 해석이 가능하다. 그동안 기업이 연구개발(R&D)에 지속 투자해 온 결과일 것이다. 이제 이를 더욱 확산시키는 것이 우리에게 남은 숙제다.

세기의 바둑 대결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알파고’라는 새로운 상품을 소개하는 구글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기업의 기술경쟁력 제고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다시 점검하는 것, 이 점이 세기의 대결을 보는 우리의 관전 포인트가 돼야 하지 않을까?

김성우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상임이사 saint@koi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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