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기조가 지속되고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까지 맞물리면서 경차, 소형차 판매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경차 점유율은 2012년 이후 4년 연속 하락세다. 반면에 개소세 인하 효과가 큰 대형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판매 성장세는 가파르다.
1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들어 2월까지 국산 경·소형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7.7% 감소한 2만7244대를 기록했다. 한국지엠 경차 ‘스파크’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5% 성장했을 뿐 나머지 모델은 판매량이 줄어들었다.
올해 가장 큰 부진을 보이는 차종은 소형차다. 소형차는 개소세 인하 대상에 포함되지만 실제 할인 폭이 중·대형차 혜택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지엠 ‘아베오’와 기아차 ‘프라이드’는 전년 동기 대비 59.4% 감소한 197대, 602대밖에 팔리지 않았다. 현대차 벨로스터는 전년 동기 대비 39.1% 감소한 123대 판매됐다. 월 평균 62대가량 팔린 것이다.
경차도 사정이 만만치 않다. 경기와 유가에 직접 영향을 받는 차종이다. 현재 국제유가는 배럴당 35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0%가량 하락했다. 올해 들어 2월까지 경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한 2만4259대를 기록했다. 그나마 한국지엠이 올해 초 2015년 생산된 스파크에 현금 100만원을 할인, 판매량이 23.5%가량 늘어난 덕분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던 2012년 당시 국내 경차 점유율은 13.2%에 달했다. 하지만 2013년 11.9% 하락에 이어 2014년 11.3%, 지난해 9.5%까지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9월부터 연말까지 경차에는 부과되지 않는 개소세 인하 정책까지 시행되면서 2009년 이래 처음으로 경차 시장 점유율이 10%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기아차는 모닝과 레이를 7.9%, 13.7% 각각 감소한 8만8455대, 2만5985대 판매했다. 한국지엠 스파크은 2.5% 감소한 5만8978대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차와 소형차 구매 고객은 시장 경기, 가격 등 경제 요인에 큰 영향을 받는 구매층으로, 최근 개소세 인하 정책으로 준중형급과 가격 차이가 작아지면서 상위 차로 이탈이 발생한 것”이라면서 “최근에는 SUV가 인기를 얻으면서 티볼리, QM3 등 소형 SUV를 구매하는 고객도 많다”고 전했다.
반면에 대형차, SUV 등 가격이 비싼 차급에서는 개소세 인하 연장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올해 들어 2월까지 국산 대형세단·SU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6% 증가한 7만5163대를 기록했다. 투싼, 스포티지 등 준중형 SU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1.3% 증가한 1만8659대에 달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이와 같은 흐름을 반영, 최근 대형차 위주로 신차를 출시하고 있다. 올해에만 대당 1억원에 이르는 볼보 플래그십 SUV ‘XC90’, 아우디 플래그십 SUV ‘Q7’, 재규어 플래그십 세단 ‘XJ’가 출시됐다. 렉서스도 대당 8000만원을 호가하는 ‘RX’ 신형 모델을 내놓았다. 현대차는 1억5000만원에 이르는 초대형 리무진 ‘제네시스 EQ900 리무진’을 출시했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