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49>코딩교육 봉사하는 최종원 SW교육봉사단장(숙명여대 컴퓨터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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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원 봉사단장은 “SW중심사회에서 학생 SW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사회봉사는 교수가 해야 할 임무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봉사는 아름답다. 그리고 희망의 씨앗이다.

소프트웨어(SW) 교육봉사단장인 최종원 숙명여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를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새힘관 411호실에서 만났다.

봉사단은 재능 기부 형태로 100여명이 희망하는 전국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나 주말에 무료로 SW교육을 하고 있다. 올해로 4년째다.

새 봄의 훈풍이 감도는 숙명여대 교정은 새 학기를 맞아 설렘과 활기가 넘쳤다. 봄볕을 쬐며 삼삼오오 잔디밭 벤치에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학생들의 어깨 위에 봄의 전령이 사뿐히 내려왔다. 이를 입증하듯 새힘관 앞 잔디밭 철쭉 가지 끝에는 연둣빛이 감돌았다.

최 단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 학사, 같은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 3월 숙명여대 교수로 부임해 대학 전략기획실장, 정보통신처장을 역임했다. 한국인터넷윤리학회 초대회장을 지낸 뒤 현재 윤리학회 명예회장, 한국정보과학회 부회장이다. 2015년 2월 SW교육봉사 단장을 맡았다.

최 단장은 “SW 중심사회에서 학생들에 대한 SW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사회봉사는 교수가 해야 할 임무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에게 SW교육은 왜 하나.

▲세상이 변했다. 지금은 SW 중심사회다. 컴퓨터 분야를 위해 SW를 배우는 시대가 아니다. 모든 직종에 SW를 활용, 생산성을 높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세상이다. 코딩은 특수한 교육이 아니다. 코딩은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이 배워야 할 기본 소양이다. SW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코딩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는 컴퓨터 사고(computational Thinking)를 길러 주기 위해서다.

-봉사단은 언제 결성했나.

▲2013년 4월 출범했다. 김진형 SW정책연구소장이 발기인 대표로 봉사단 출범을 주도했다. 대학 컴퓨터학과 교수와 일선 교사, 산업체 인사를 포함해 100여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모두 재능 기부 형태다. 봉사단 출범 이전에도 경기도 내 3개 초·중·고교를 선정, 방과 후나 주말에 SW 시범교육을 실시했다. 초대 단장은 허문행 교수(안양대 디지털미디어학과)였다. 나는 SW페스티벌분과위원장으로 일하다가 지난해 2월 2대 단장을 맡았다. 교수의 임무 가운데 하나는 봉사라고 생각한다.

-봉사단 조직은.

▲전국에 6개 지부를 조직했다. 경인, 강원, 영남, 호남, 광주, 제주 지역이다. 지부장 중심으로 지역 SW교육 봉사활동을 한다. 논의할 일이 있으면 수시로 운영위원회를 연다. 연말에 한 해 활동을 결산하고 새해 계획을 논의한다. 모두 이 일에 열정적으로 헌신하고 있다.

-그동안 SW교육 봉사 실적은.

▲봉사단 출범 후 매년 SW교육 봉사활동을 했다. 첫해는 한국창의과학재단에 과제를 신청해 봉사활동을 했다. 여름방학 기간에 희망하는 초·중학생 100여명을 대상으로 KAIST에서 1박2일 일정으로 SW캠프를 열었다. 2014년에는 전국 40여개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방과 후나 주말에 SW교육을 실시했다. 2015년에는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로 SW교육을 확대했다. 지난해 9월부터 서울, 부산, 대전, 광주, 원주, 제주 6개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강연과 ‘SW교육이 궁금해요’라는 주제로 SW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반응이 아주 좋았다. 지금까지 80여개 학교 학생에게 SW교육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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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올해 SW교육 계획은.

▲올해는 정보통신(IT) 낙후 지역이나 SW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소외 지역, 다문화 가정, 북한이탈 학생들을 우선해 SW교육을 할 방침이다. 또 지난해 못한 지역의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강연과 SW토크콘서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구글이 올해 5000만원을 지원했다. 지난 2월부터 청각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SW교육을 시작했다. 제주 우도 초등학생들도 SW교육 대상이다. 하반기 교육계획은 논의 중이다.

-SW교육 신청은 어디로 하나.

▲현재 앱센터나 페이스북으로 신청하면 된다. 지역 교육청이나 봉사단에서 활동하는 교수, 교사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봉사단에 가입하고 싶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교육 봉사기간은 얼마이며, 교재는 무엇인가.

▲교육기간은 학교 실정에 따라 정한다. 보통 10주에서 12주다. 방과 후나 주말에 교육하는데 한 번에 2~3시간 한다. 교육은 코딩(coding)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개발한 ‘스크래치(Scratch)’와 ‘앱 인벤터(inventor)’를 포함해 이두아노, 코두를 강의하고 시연한다. 스크래치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상상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 준다. 앱 인벤터는 복잡한 프로그래밍 언어 대신 퍼즐처럼 조립할 수 있는 블록을 이용, 초보자도 쉽게 앱을 만들 수 있다. 봉사단에서 학생들이 흥미를 갖도록 맞춤형 교재도 만들었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명령어를 입력하는 방식이 아니다. 강사진은 교수와 교사, 산업계 개발자, 조교들이다.

-외국의 SW교육 실태는.

▲영국은 유아기인 5살 때부터 코딩교육을 한다. 영국은 핵심교과와 기초교과로 과정을 구분하는데 영어, 수학, 과학과 같이 모든 학생이 배우는 필수과목이다. 프랑스, 핀란드, 에스토니아, 이스라엘, 미국도 SW교육을 실시한다. 이스라엘은 1994년부터 SW과목을 정규과목으로 포함시켰다. 일본은 정보과목 교육 의무시간이 중학교 55시간, 고등학교 70시간이다.

우리도 외국에 비해 늦었지만 SW교육을 정규과목에 넣어 2018년부터 교육을 실시키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동안 많은 교수와 교사들이 초·중·고교에 SW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게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우리는 SW교육 시간이 초등학교 17시간, 중학교 34시간이다. 외국에 비해 교육 시간이 턱없이 모자란다. 그런 만큼 교육은 내실 있게 해야 한다.

-봉사단 운영비는 어떻게 충당하나.

▲정부 과제를 신청하거나 관련 기업, 기관의 지원을 받는다. 때로는 자기 돈을 쓰기도 한다. 김진형 소장은 사비를 봉사단에 내놓기도 했다.

-왜 우리는 SW교육에 소극적인가.

▲역대 정부가 정보화를 적극 추진했다. 그런 노력이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을 이룩한 원동력이다. 김대중 정부는 SW 활용교육에 총력을 기울였다. 전국 초·중·고교에서 정보화 교실을 운영하고 교육했다. 심지어 주부들에 대한 교육도 실시했다. 이로 인해 2000년대 중반까지 대학 컴퓨터과학과의 합격 점수가 가장 높았다. 하지만 대학 입시에 SW교육을 반영하지 않자 교과과정 개편에서 SW교육이 빠졌다. 그 결과 대학 관련 학과의 합격 점수가 낮아졌고, 지원 학생 수도 줄었다. 안타까운 현상이다.

-2018년 SW교육 의무화를 앞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교재와 전담 교사, 교육 기반 구축과 관련해 그런 우려가 있다. 정부가 2018년 SW교육 의무화를 앞두고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어 잘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전담교사 문제는 연수를 해 확보한다는 방침이고, 교재도 준비 중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기자재 확보 같은 교육 기반 구축이다. 일부 지역 학교는 기자재가 노후화됐고, 심지어 CRT모니터를 쓰는 학교도 있다. SW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정부가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예산 없이 할 수 있는 별로 없다. 일선 학교장의 SW교육 의지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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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정부에 바라는 점은.

▲SW교육 준비 기간이 2년여 남았다. 올해와 내년이 가장 중요하다. 어렵게 SW를 정규과목에 넣었는데 준비가 미흡하거나 성과가 없으면 교육정책이 바뀔 수 있다. 2018년에는 새 정부가 들어선다. 지금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모든 SW정책은 미래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밝은 인터넷 세상은 어떻게 해야 만들 수 있나.

▲한국 인터넷 아버지로 불리는 전길남 박사(KAIST 명예교수)가 인터넷을 도입한 이후 한국은 인터넷 강국으로 부상했다. 한국은 인터넷 선도국이다. 우리가 세계 인터넷 문화를 선도해야 한다. 그러려면 인터넷윤리를 실천해야 한다. 사이버공간은 이미 우리 삶의 일부다. 학교와 사회, 가정이 삼위일체가 돼 어릴 적부터 건전하고 깨끗한 인터넷문화를 생활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좌우명과 취미는.

▲좌우명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 ‘부러워하되 시기하지 말라’다. 학생들에게도 ‘남이 잘되면 시기하지 말고 열심히 노력해 나도 저렇게 돼야지’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라고 말한다. 취미라면 운동이다. 초등학생 때는 축구 선수, 중학생 때는 핸드볼 선수, 고등학생 때는 육상 선수로 활동했다. 그 대신 음악과 미술 같은 예능 분야는 백지나 다름없다. 숙명여대에 축구를 좋아하는 교수들과 2000년대 중반에 숙명FC를 조직했다. 전국교수축구연맹이 주최하는 대회에서 준우승을 한 적도 있다. 평소에도 팀워크를 중시한다.

인터뷰를 끝내고 교정을 나서는데 문득 가수 김수철이 부른 ‘나도야 간다’의 노랫말이 생각났다. “봄이 오는 캠퍼스 잔디밭에/ 팔베개를 하고 누워 편지를 쓰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주위를 돌아보니 그런 학생은 보이지 않았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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