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숨고르기에 나섰다. 계열사 매각으로 줄어든 외형에 걸맞게 채용규모를 조정하고, ‘황제주’ 삼성전자는 액면분할을 통한 인위적 부양을 지양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올해 인위적으로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을 예정이다. 2013년 삼성SDS와 삼성SNS 합병, 2014년 삼성테크윈·탈레스·종합화학·토탈 한화 매각, 지난해 삼성정밀화학·BP화학·SDI 케미칼사업부문 롯데 매각으로 그룹 외형이 줄어들어 절대 인력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규모 변화만큼 절대 채용인원 수도 변한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삼성 채용 감축은 그룹 규모 축소를 감안하더라도 정부를 비롯하여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삼성은 지난 2014년까지 매해 대졸 신입사원(3급) 채용 규모를 확대 또는 유지하며 채용 시장 방파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롯데, 한화로 매각된 옛 계열사가 삼성에서의 확대 채용 기조를 이어갈지도 불명확하다.
삼성은 진화에 나섰다. 정현호 삼성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빌딩에서 “(채용 규모를) 고민 중”이라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15% 감축설’에는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매각 계열사를 감안하더라도 인위적인 대규모 감축은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전자·물산·금융 계열사 구조조정과 맞물려 10% 미만 감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삼성전자에 대한 ‘액면분할설’도 마찬가지다. 보통주 1주당 250만원을 기록하던 롯데제과가 8일 액면분할을 결정하면서 시장은 120만원 선인 삼성전자에 시선을 모았다. 하지만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은 이날 오전 “(액면분할은) 전혀 계획이 없다”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1년 전과 같은 입장이다.
시장은 삼성전자가 주주 친화경영 연장선으로 액면분할을 선택할 것이라 내다봤다. 초우량주 거래가 활성화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 주주가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제과는 발표 당일 52주 신고가 기록에 이어 9일에는 전일대비 6% 가까이 오른 270만원 선에 안착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단기적 주가상승보다 장기적인 체질개선을 우선했다. 주식 유통 활성화가 자칫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데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보다 지속적인 우량 투자자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자사주 11조3000억원 어치를 매입, 소각을 결정한데 이어 11일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직 외부 개방, 분기 배당제 신설, 제3자에 대한 신주발행한도 100분의 20 이하 제한을 추진한다. 지난해 10월 “중장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순현금 30~50%를 주주환원에 쓰겠다”고 강조한 것에 대한 후속 대응이다.
<채용, 액면분할에 대한 삼성 입장>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