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고민 타파를 위한 아이디어]<59>매출 늘었는데 통장이 비어 있다면 `돈맥경화`를 의심하라

▲오늘의 고민

전자부품 업체 A사의 나 사장. 지난달 고객사 요구에 따라 평균보다 2배가량 많은 부품을 납품했다. 판매 실적이 올랐으니 통장의 금액도 늘어날 줄 알았다. 웬걸. 통장 안에 찍힌 숫자는 예상보다 훨씬 낮았다. 어찌된 일인지 살펴보니 고객사가 기한이 넘은 지금까지 돈을 지급하지 않았고, 그나마 받은 돈도 운영비로 다 빠져 나갔기 때문이다. 나 사장은 혹시라도 급히 돈이 필요할 때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아찔하다. 다음부터는 미리 대처해서 회사 재정 상태를 안전하게 유지하고 싶은데 뾰족한 방법이 있을까.

▲오늘의 성공스토리

몸속에 피가 잘 돌지 못할 때 사용하는 ‘동맥경화’라는 의학용어가 있다. 경영에도 이와 비슷한 용어가 있다. ‘돈맥경화’라 해서 기업 내에 자금 사정이 원활이 돌아가지 않을 때 사용한다. 회사가 원활하게 운영되려면 몸속 피처럼 돈이 잘 흘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이른바 ‘이 회사 돈맥경화에 빠졌다’고 한다. 이땐 매출이 아무리 높아도 통장 잔액이 비어 있으니 회사 자금 사정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고, 자칫하다가 부도가 날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인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위험이 없는 건강한 기업을 만들 수 있을까.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케빈 카이저(Kevin Kaiser) 교수는 세 가지 관습을 고치라고 한다. 그러면 통장에 예상치 못한 빈틈이 생기는 일을 크게 줄여 ‘돈맥경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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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고객사로부터 반드시 약속된 제 날짜에 돈을 받으려고 노력하라. 당연한 말 같지만 실제로 돈을 받아야 할 날짜에 받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고객사에 부득이한 사정이 생겨서 하루이틀 늦어질 수도 있고, 입금 담당자가 실수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을’의 입장인 기업은 어쩔 수 없이 이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한이 늦어지는 일을 자주 용인해 줄수록 고객사가 돈을 제때 주지 않는 일이 늘어나게 된다. 고객사에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길 때 ‘이 회사는 이번에도 괜찮겠지’라고 자연스레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면 돈을 받는 기업은 항상 통장에 빈틈이 생겨서 ‘돈맥경화’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미국 금속 제련업체 A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금일 알림 서비스’를 실시했다. 입금 날짜 일주일 전 고객사에 전화를 걸어 입금일을 상기시킨 것이다. 이게 과연 도움이 됐을까. 서비스를 실시한 이후 고객사의 입금 담당자는 A사에 제때 입금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한다. 다른 데 돈 줄 곳이 있어도 A사를 먼저 챙기기 시작했고, 실수로 입금이 늦어지는 일도 사라진 것이다. 이 덕분에 A사는 돈이 제때 들어오지 않는 일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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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영업사원 실적은 고객으로부터 돈이 통장에 들어왔을 때 인정하라. 많은 기업이 영업사원 실적을 매출로만 평가하지만 영업사원은 매출을 높이려고 고객에게 거래 조건을 양보하게 된다. 대금 납부일을 연기하기도 하고, 돈을 늦게 줘도 재촉하지 않겠다는 암묵의 약속을 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서 영업사원 평가 기준을 매출보다는 입금된 돈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자부품을 만드는 중국의 한 글로벌 기업 법인도 마찬가지였다. 영업사원의 지나친 양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외상값을 미뤄 주는 경우가 잦았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 고객사가 망해서 돈을 받지 못한다거나 악성 채무자가 되어 돈을 약속한 만큼 주지 않겠다고 배짱을 부리는 경우가 빈번해진 것이다. 그 결과 회사 통장은 항상 비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회사에 새로 부임한 법인장은 이 문제의 대책으로 영업사원 실적을 고객사로부터 돈이 확실히 들어온 경우에 한해서만 인정해 주기로 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매출은 2% 줄었지만 1000만달러 이상 현금을 확보했고, 이를 투자해 줄어든 매출보다 큰 이득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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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돈이 들어오는 날짜와 나가는 날짜를 가능한 한 멀리 떨어뜨려라. 그렇지 않을 경우 갑자기 자금이 필요할 때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피해를 볼 수 있다. 작업용 선반을 만드는 한 제조업체가 한 예다. 이 업체는 고객사에서 돈을 받는 날짜와 제철소에 재료값을 주는 날짜가 비슷했지만 갑자기 제철소에서 재료값을 열흘 앞당겨서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다른 마땅한 옵션이 없던 이 회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앞당겨 지불했다. 그 결과 2000만달러라는 현금 공백이 생겼고, 결국 파산까지 이르고 말았다. 돈이 나가는 날짜와 들어오는 날짜가 비슷하면 회사 측은 급하게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가 늘어나고, 파산할 위험도 훨씬 높아진다. 조금 어렵더라도 돈이 나가는 날짜와 들어오는 날짜를 떨어뜨리려고 노력해야 한다.

▲오늘의 아이디어

혹시 여러분도 ‘돈맥경화’ 위험을 미리 방지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고객사와 약속한 제 날짜에 돈을 받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영업사원 실적을 매출로 올린 돈이 통장에 확실히 들어왔을 때 인정하라. 그리고 돈이 들어오는 날짜와 나가는 날짜를 가능한 한 멀리 떨어뜨리려고 노력하라. 이 세 가지 방법이 여러분의 회사를 자금이 원활하게 흐르는 건강한 기업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정리=배윤정 IGM 글로벌 해외 사업본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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