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가 실적 개선 속도를 내면서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IPO)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모기업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 주식가치 상승을 상장 전제조건으로 보는 가운데 최근 업황 개선으로 장외시장에서 주가가 오름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모기업은 유동성에 여유가 있어 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유 업황 회복세를 감안하면 상장 기회를 맞았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0년 현대오일뱅크 지분 70%를 2조5700억원에 인수했다. 현대중공업은 2011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예비심사까지 청구하며 거래소 상장 의지를 보였다.
당시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주가가 각각 25만원, 17만원대까지 치솟을 정도로 업황과 주가가 좋았던 시기다. 하지만 정제마진 하락으로 업황이 급냉각되면서 현대중공업은 IPO를 포기했다. 이후 정유 시황이 매년 악화되면서 현대오일뱅크 IPO 카드는 장기간 수면아래 가라앉았다.
상황은 지난해 급변했다. 정유·조선업이 각각 호·불황을 맞으면서 IPO 재개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조5401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반면에 현대오일뱅크 전년 대비 178% 상승한 6293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관심사는 시기다. 금융권은 현대중공업이 급하게 상장에 나설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다. 올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가 3580억원에 불과하고, 지난해 말 현금성 자산이 1조3000억원으로 여유까지 생겼다. 현대오일뱅크 주식가치도 인수 시기에 비해 크게 상승하지 않았다.
8일 장외주식 정보제공 전문업체 프리스닥에 따르면 현재 현대오일뱅크 장외주식 거래가는 1만6500원선에 형성돼있다. 2010년 주당 인수가가 1만500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업계는 올해 하반기 정유시장 흐름에 따라 현대중공업 IPO 전략이 결정될 것으로 봤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68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수주 실적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내부 구조조정 압박이 높아지고, 산업구조 개편 타깃으로까지 대두된 상태다. 하반기 정유업계 시황이 받쳐준다면 현대오일뱅크 주가 상승을 조건으로 주식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상장에 들어가려면 정유사 주식 가치가 크게 상승하는 등 업황 회복에 대한 뚜렷한 신호가 있어야 한다”며 “올해 업황이 개선이 유력해진 만큼 회사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연간 실적 (단위:억원)>
최호 산업경제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