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반테 아레니우스는 온실가스에 해당하는 기체를 처음 밝혀낸 스웨덴 화학자다. 120년이 지난 지금 세계가 온실가스를 줄이고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파리신기후협정을 기점으로 골격을 갖추기 시작한 신기후체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과제를 인류에게 던지면서 새로운 경제질서와 삶의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소유가 아니라 공유 방식, 이윤이 아니라 가치 창출에서 신기후체제의 근력은 길러진다.
대한민국은 세계 9위 에너지소비국이다. 온실가스 총배출량으로는 8위,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1위다. 에너지다소비산업을 중심으로 국가경쟁력을 확보해 유지하고, 여기에 필요한 에너지자원은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다.
에너지원별 발전설비 용량(2015년 11월 기준)은 LNG 33.0%, 석탄 28.0%, 원자력 22.2%, 수력 6.6%, 신재생 5.8%, 석유 4.3%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발전전력량(2015년 11월 기준)은 석탄 37.4%, 원자력 35.0%, LNG 18.2%, 석유 5.5%, 신재생 3.0%, 수력 0.9%로 짜여 있다. 석탄은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있고, 원자력은 안전성과 수용성 측면에서 취약하다. 신재생은 경제성과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불안정하고, LNG와 수력 역시 확실하게 대표주자가 되기엔 여전히 모자란다. 그렇기 때문에 결합이 필요하고 분배가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온실가스 37% 감축을 제시했다. 전력 프로슈머 시장을 개설하고, 단계별로 제로 에너지빌딩을 의무화하며,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스마트 공장으로 전환할 계획을 공표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 탄소시장 구축 논의에도 적극 참여할 것임을 밝혔다. 에너지신산업 확산 전략을 바탕으로 100조원 규모에 이르는 신시장과 50만개 일자리를 2030년까지 만들어 내고, 동시에 국가 감축 기여 방안(INDC)을 달성할 계획이다. 이들이 진짜 빛을 발하려면 의도 여부를 떠나 이로 인한 특정 분야의 급성장보다는 더디더라도 확장성을 지속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는 분야가 늘어 가면서 균형 있는 체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문제는 결핍이 아니라 과잉에서 비롯됐다. 신기후체제는 더 나은 것을 새로 만들기에 앞서 존재하는 것을 찾아 연결하고, 융합으로 또 다른 가치가 발휘되도록 하는 데서 길을 찾을 수 있다.
문제해결형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찾아내 필요한 곳에 결합할 수 있는 사람, 즉 넥서턴트(nexus+consultant)를 키우는 것이 더 절박하다. 유휴자원 또는 설비나 공간을 찾아 필요한 곳과 연결해 주는 사람,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과 서비스를 금융·비즈니스와 연계해 스타트업의 토대를 제공하는 사람 역시 넥서턴트에 해당한다. 이들의 창의 활동이야 말로 신기후체제의 활발한 혈액 순환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성장(成長)보다는 성숙(成熟)이 더 큰 가치를 발휘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적게 노력해서 많은 것을 얻기보다는 무언가를 얻고자 할 때 어떤 형태로든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하는 게 당연한, 오히려 덜 지불하고 많이 얻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한 삶의 질서를 만들어 가는 첫발을 내디디고 있다. 첫발을 내디뎠다 해도 그 발걸음이 바른 방향으로 계속 이어질지 여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낯설고 불확실한 여정에 경쟁보다는 협력, 집권보다는 분권, 관찰보다는 참여, 주장보다는 실천이 더 절실한 이유다.
조성경 명지대 교수 supercharmsae@hotmail.com
조정형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