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태양광·폴리실리콘 등 그룹 신성장사업에 ‘삼성식 혁신’을 가한다. 첨단 제조시황 부진 탓에 부침이 심해진 이들 분야에 엄격한 삼성 관리시스템을 접목시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풀이된다. 일본 등 이미 가시적 성과가 나기 시작한 태양광에 이어 폴리실리콘 부문도 재도약 날개를 펼지 주목된다.
◇폴리실리콘 성장 전환이 당면 목표
한화케미칼은 옥경석 전 삼성전자 부사장을 폴리실리콘부문 사장으로 내정했다. 옥 사장은 7일 업무를 시작한다. 한화케미칼은 현재 김창범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옥 사장은 폴리실리콘 사업부장직을 수행한다.
한화케미칼은 폴리실리콘 상업생산에 들어간 지 2년이 넘도록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다. 시장조사업체, 경쟁사 추정 한화케미칼 폴리실리콘 생산원가는 올해 ㎏당 15달러 안팎이다. 지난해 극심한 공급과잉으로 ㎏당 12달러까지 주저앉으며 영업손실은 지난해보다 더 불었다. 미국·중국 간 분쟁으로 미국 폴리실리콘 제조사가 대만, 말레이시아, 대만 등으로 물량을 덤핑 처리하면서 가격선이 붕괴됐다.
상황은 일단락됐다. 덤핑 물량은 1분기 들어 상당수 소진됐으며 REC, 바커 등 글로벌 제조사는 일부 제조라인 가동을 멈췄다. 최근 폴리실리콘 가격 반등도 이 때문이다. 2분기 가격이 안정화돼 ㎏당 15달러선을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화케미칼은 그동안 디보틀레킹 등으로 원가 절감을 이뤘다. 관계사 한화큐셀을 최대 고객으로 두고 있다.
미국 기업 진출이 막힌 중국시장 공략도 강화한다. 폴리실리콘 가격 15달러 회복을 전제로 올해 하반기 턴어라운드를 내부 목표로 잡았다. 옥 신임 사장은 생산, 재고, 영업 관리 효율성을 높여 추진력을 배가시키는 중책을 떠안았다.
삼성 재직 시절 부품사업 분야에서 재무·경영관리, 통상, 혁신 등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관리 전문가다. 가격 고비를 넘긴 뒤 한화 폴리실리콘사업이 ‘관리모드’에서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임이 읽혀진다.
◇태양광·폴리실리콘사업 전반에 ‘우성 DNA’를
옥 사장 영입엔 김승연 회장 결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실리콘 사업부장은 그동안 전무·상무 직급에 맡겨왔다. 김 회장 의지 없이는 직급을 격상한 파격 인사가 불가능했다. 폴리실리콘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로써 한화 신성장사업인 태양광·폴리실리콘 사업 수장은 모두 삼성 출신으로 채워졌다. 한화는 2014년 5월 남성우 전 삼성전자 IT사업부장(부사장)을 현 한화큐셀 사장으로 스카우트했다. 두 명 모두 관리력만큼은 정평이 나 있다.
남 사장은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경영혁신팀장, 컴퓨터사업부장(전무), IT솔루션사업부장(부사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김희철 현 한화토탈 사장과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태양광 사업 초기 안정화를 이뤘다면 남 사장은 제조, 구매, 영업 등 전 분야 효율성을 끌어올려 태양광 사업을 성장궤도에 올렸다. 부임 후 한화큐셀, 한화솔라원 등 굵직한 구조개편 작업을 주도했고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태양광사업 연간 흑자전환도 이뤄냈다. 영업이익률은 6~7%까지 끌어올렸다.
남 사장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평가는 ‘어그레시브(공격적) 하다’이다. 한화는 태양광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삼성출신 가운데서도 추진력이 강한 남 사장을 영입해 효과를 봤다. 이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김 회장은 두 번째 카드로 옥 사장을 택했다.
한화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옥경석, 남성우 사장 영입은 시황이 만만치 않은 사업 성장을 위해 강력한 리더십, 전문성을 보유한 인물을 찾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이 가운데서도 엄격한 관리시스템을 자랑하는 삼성 출신 인물이 선택됐다”고 말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