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산업생산, 투자, 소비도 암울한 지표를 보였다.
정부는 “일시적 요인 때문”이라며 점차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정부는 “아직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2% 줄었다. 지난해 10월(-0.8%), 11월(-0.5%) 연속 감소했던 전체 산업생산은 12월 1.3%로 반등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건설업이 증가했지만 광공업, 서비스업 등이 줄어 전체 산업생산이 감소했다. 광공업생산은 통신·방송장비(12.7%) 등은 늘었지만 반도체(-10.1%), 자동차(-3.6%) 등이 줄어 전월보다 1.8% 감소했다.
김광섭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통신·방송장비 부문 증가는 삼성, LG의 신규 출시 휴대폰 생산 증대 효과가 영향을 미쳤다”며 “반도체 감소는 수출 둔화 영향이 컸고 자동차는 수출 부진과 개별소비세 인하 중단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소매판매(소비)도 전월보다 1.4% 감소했다. 작년 11월 -0.3%에서 12월 0.0%로 소폭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5.7%), 의복 등 준내구제(0.7%)는 증가했지만 승용차 등 내구재(-13.9%) 판매가 줄었다.
설비투자 역시 감소했다. 특수산업용기계(-7.8%) 등 기계류(-2.5%), 자동차(-17.4%) 등 운송장비(-11.0%)에서 투자가 줄어 전월보다 6.0% 감소했다. 건설기성(해당 월에 실행된 건설투자)은 토목이 줄었지만 건축공사 실적이 늘어 전월보다 1.3% 증가했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2P 하락한 100.5,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2P 떨어진 102.0으로 나타났다.
수출, 산업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저조한 모습을 보이며 장기 경기침체 우려는 계속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경상수지는 70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47개월째 사상 최장 흑자지만,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하는 가운데 수출이 상대적으로 덜 줄어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라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월 우리나라 수출액은 364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415억달러) 보다 12.2% 줄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 부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놓은 ‘미니 부양책’도 아직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 하고 있지만 정부는 낙관적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기재부는 “1월 산업활동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개소세 인하 중단 등 일시적 요인 영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며 “2월에는 수출부진 완화, 개소세 인하 연장 등 정책 효과로 광공업 생산, 투자, 소비 등 주요지표가 반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회복을 위한 해결책으로 추경 편성, 기준금리 인하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1.5%를 8개월째 동결했지만, 최근 경기 여건이 악화돼 오는 10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인하 가능성이 거론된다. 반면 추경 편성 여부는 아직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유 부총리는 “추경은 불가피한 상황일 때 하는 것이며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지금은 추경이 불가피한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전체 산업생산 증가율(단위:%)
자료:통계청, 전월 대비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