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ICT경쟁력, 아직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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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중국발 악재, 미국 기준금리 인상, 저유가 지속으로 세계경제 회복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40여개 주요 경제기관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3.3%에서 올 1월 3.2%로 하향조정했다. 2009년 이래 최저치다.

신흥경제 성장의 축이던 중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일명 브릭스(BRICs)로 불리는 국가들의 경기침체와 유가·원자재 가격 변수로 세계 교역은 2015년 10월까지 11.2% 감소(WTO)했다.

올해 전망도 녹록지 않다. 한국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1월 수출 감소폭(18.6%)이 예상한 것보다 큼으로써 국내경제 성장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다.

하지만 이런 위기 때마다 한국경제에서 중추 역할을 하는 대표선수가 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어려운 시기에도 수출 증가로 경제성장을 주도했다. 지난해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성장률이 5.6% 감소세를 보였음에도 수출 1729억달러, 수지 816억달러, 전체 수출 33%를 담당한 ICT산업이다.

최근 경제 환경 악화에 따른 수요 감소, 공급 과잉, 수출 단가 하락 등으로 올해 1월 ICT 수출도 17.8%로 크게 감소하며 ICT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타 산업보다 변화와 경쟁이 심한 ICT산업은 이미 여러 해 전부터 글로벌 생태계 구축(해외 생산, 현지화 부품 등)을 강화하는 등 시장 확대를 위한 많은 노력을 해 오고 있다.

국내 직수출 지표만으로 국내 ICT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주요 품목별로 살펴보면 세계시장이 정체되고 있는 TV에서 우리 기업은 여전히 42%의 압도하는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70% 성장이 전망되고 올해 글로벌 시장 절반을 점유할 것으로 예상되는 UHD TV시장에서는 국내 기업 점유율이 50%에 가까워 고품질 프리미엄급 시장에서의 지배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은 글로벌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큰 폭의 시장 성장이 지속되는 인도,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중저가 라인업 등 강화 및 프리미엄폰과 이원화한 전략으로 여전히 세계 1위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는 굳건한 기술 경쟁 우위로 D램,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각각 약 75%,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가격 하락이 이루어진 현 시점에서 당분간 영업이익은 감소하겠지만 세계 최고의 미세공정기술 우위로 생산원가 효율이 가장 좋은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추세는 ICT 융합으로 산업 간 경계선이 사라지고 산업 주도권이 기존 제조나 통신서비스 기업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세계 ICT기업 시가총액 분석 결과 플랫폼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1990년대 제조업에 치중하던 히타치, 도시바, 소니 등 일본 기업이 상위권에 포진했지만 2015년에는 플랫폼 경쟁력을 앞세운 통신사 NTT(20위)만이 유일하게 남았다. 미국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아마존 등 플랫폼 기업들은 세계 상위그룹에 속하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과 정부 보호와 함께 인수합병(M&A) 적극 전개로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샤오미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을 탄생시켰다.

반면에 국내 기업은 최근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서두르고 있지만 아직까지 기존의 전통 제조업과 통신업 비중이 높아 성장성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위기와 기회 속에 우리 경제 활성화의 디딤돌 역할을 위해서는 다시 한 번 ICT산업이 재도약해야 한다.

시기상으로는 늦었다 할 때가 가장 빠를 수도 있다.

정부에서는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에 창조경제혁신센터 성과를 가시화하고 제조업 혁신전략 실행대책 세부 과제인 스마트센서, 3D프린팅,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스마트 제조기술의 조속한 개발로 세계 최고 수준의 해외생산 비중을 줄이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사업을 착수할 수 있는 사전 규제, 정부가 지정한 사업 영역이 아니면 기업 활동 자체를 불허하는 포지티브 규제, 융·복합 신제품을 개발해도 인증 기준 등이 마련되지 않아 출시하지 못하는 낡은 규제 등 환경을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

기업에서도 세계 ICT산업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기존의 시장이나 제품에 안주하지 말고 신 시장 제품 창출을 위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선도 투자는 물론 이업종, 중소기업, 벤처기업, 스타트업 간 협업 활성화 및 M&A 적극 실시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남인석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상근 부회장 namis@gok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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