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을 때 해당 사실을 고위 임원이 보고 받았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가중할 수 없게 된다. 공정거래법 위반 과징금이 5~10% 줄어들 전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이하 과징금 부과 고시)’를 개정할 계획이다.
과징금 부과 고시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위반사업자 고위 임원이 위반 행위에 직접 관여했을 때 공정위는 과징금을 5~10% 가중할 수 있다. 공정위는 그동안 법 위반 사전·사후에 해당 사실을 고위 임원이 보고받는 것도 ‘직접 관여’로 판단하고 과징금을 가중했다.
하지만 지난해 법원이 공정위 판단을 뒤집으면서 과징금 부과 고시 개정이 불가피해졌다. 서울고등법원은 건설회사 입찰 담합 사건과 관련, 실무자가 고위 임원에게 해당 사실을 보고한 것만으로 고위 임원 직접 관여가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후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당시 기업을 대리해 소송을 제기한 법무법인 세종 이창훈 변호사는 “기업에서는 일반적으로 어떤 사안이든 임원 보고가 이뤄지기 때문에 모든 경우에 과징금을 가중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법원 역시 임원이 보고 받은 것만으로 직접 관여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 고시에서 관련 내용을 삭제하거나, 법원 판례를 반영해 수정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 고시를 개정하면 공정거래법 위반 과징금이 전반적으로 5~10% 줄어들 전망이다. 그동안 대다수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서 고위 임원 보고가 이뤄졌고 이에 따라 공정위가 과징금을 가중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추측이다.
공정위는 ‘승소율 제고 및 소송실무 개선 등을 위한 국외출장 결과보고서’에서도 “해외 경쟁당국은 법 위반 행위에 고위 임원이 관여했다고 가중 사유로 삼지는 않는다”며 “고위 임원 관여를 과징금 가중 사유로 삼을 것인지 여부에 심도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예컨대 유럽연합(EU) 경쟁총국은 고위 임원 관여 시 과징금을 가중하는 규정이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원 판례가 나온 만큼 이를 고려해 과징금 부과 고시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개정 방향이나 시기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