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이 사상 처음 14개월 연속 감소했다. ‘수출코리아’ 위상이 급격히 흔들린다. 저유가와 글로벌 경기 침체, 공급 과잉으로 인한 단가 하락 등 여파로 수출이 ‘장기 침체’ 국면에 들었다. 정부와 기업이 수출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구조적 해결과 중장기 처방 없이는 힘겨워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우리나라 수출액이 364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415억달러)보다 12.2% 줄었다고 1일 밝혔다.
2월 수출 감소 폭은 전달(-18.8%)보다는 줄었지만 3개월 연속 두자리 수 이상 감소하는 폭락세가 이어졌다. 또 지난해 1월부터 계속된 수출 감소세가 14개월 연속 이어졌다. 우리나라 수출이 14개월 연속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닷컴 버블 붕괴로 지난 2001년 3월부터 13개월 연속 줄어든 이후 최악 국면이다. 더 큰 문제는 대외 환경 악화와 함께 주력 산업 경쟁력 약화까지 겹쳐 단기간에 회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지난달 수출 물량은 증가세(11.2%)로 전환했지만 수출 단가는 21%나 떨어졌다. 물량 기준으로는 많이 팔았음에도 수출 금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가격경쟁을 이용한 수출회복이 무의미해졌음을 말해준다.
품목별로는 컴퓨터, 무선통신기기, 일반기계 수출이 그나마 증가세로 전환했다. 또 선박을 제외한 나머지 주력 품목 수출 감소율이 전달보다 다소 완화됐다. 컴퓨터는 PC 교체 수요가 늘어난데 기인한 것으로 보이며 무선통신기기는 ‘갤럭시S7’ 등 신제품 출시 효과가 컸다. 여기엔 해외제작용 스마트폰 부품 수출이 포함됐다.
이에 반해 반도체·디스플레이·철강은 공급 과잉에 따른 단가 하락, 자동차는 신흥 시장 수요 감소로 부진했다.
지역별로는 아세안, 베트남, 미국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했으며 유럽 수출도 증가세를 유지했다. 이 가운데 베트남 수출은 17.9%나 급증했다. 최대 시장인 중국 수출은 12.9% 줄었지만 감소 폭은 전달(21.6%)보다 완화됐다.
수입액은 지난해보다 14.6% 줄어든 290억달러로 파악됐다. 수출과 수입액은 지난해 1월부터 14개월 연속 동반 감소했다. 무역수지는 74억달러 흑자로 2012년 2월 이후 49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인호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저유가와 단가하락, 세계 경기부진 등 부정적 여건이 지속되는 가운데 선박을 제외한 주요 품목 증감률 개선 등으로 전달보다 수출 감소폭은 다소 호전됐다”며 “하지만 신흥국 경기 둔화, 저유가 장기화 가능성 등 대외 여건이 불확실해 수출 감소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수출 하방리스크에 대비해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현재 가동 중인 범정부 총력 지원 체계로 모든 정책 역량을 수출 부진 타개에 집중할 방침이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