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딥 테크(Deep Tech) 관련 스타트업을 키우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이제 딥 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도 우리나라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국내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딥 테크 밀착형 액셀러레이터다. 16년 전 플라즈마트를 설립했던 이용관 대표가 액셀러레이터로 변신해 회사를 이끌고 있다.
KAIST 물리학 박사 출신인 이 대표는 플라즈마트 설립 후 플라즈마 발생·측정 제어장치를 개발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많은 기업에서 러브콜을 받았던 주인공이다.
결국 수년간 줄기차게 플라즈마트 문을 두드린 미국 나스닥상장기업 MKS에 2012년 7월 회사를 매각하고 경영권을 내려놨지만,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MKS에 매각한 회수 자금으로 2014년 7월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자신이 공부하고 창업했던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 ‘액셀러레이터’라는 새로운 창업에 다시 도전한 것이다.
창업 당시 “수익이 되겠느냐”는 주변 사람의 걱정과 반대도 많았지만, 그의 도전 정신은 멈추지 않았다.
이 사장은 “과거 벤처 경영과 M&A 과정에서 겪은 사업 경험을 토대로 후배 창업기업을 돕고 싶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벤처라는 새로운 영역에 깃발을 꽂으려는 사람에게 자신의 사업과 경험 노하우를 집약해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그가 투자 발굴 대상으로 삼은 딥 테크는 정부출연연, 대학 등에서 개발된 연구성과(R&D)를 기반으로 한 기술이다. 센서, 소재, 생명공학, 메디컬, 항공, 원자력 등 다양한 기술 영역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가 딥 테크를 투자 지원 대상으로 꼽은 이유는 명확하다.
이 사장은 “지금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글로벌 경쟁력은 서비스가 아닌 하이테크에서 나왔다”며 “아이디어 수준 기술을 제대로 피팅할 때 기술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Lab to Biz’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지향하는 경영 모토다. 실험실에서부터 사업화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한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다른 액셀러레이터와 차별화되는 점은 시장 눈높이에 맞춰 기술을 피팅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아이디어성 아이템이 아닌 혁신성이 뛰어난 기술을 직접 발굴해 창업자와 함께 사업모델을 만든다. 창업 준비 과정에서 시장에 얼마만큼 적합한지, 마케팅에 맞춰 어떻게 피팅 할 것인지 등을 반영해 사업 모델을 구현한다.
이 사장은 “딥 테크는 처음에 방향을 잘못 잡으면 사업으로 이어지기 힘든 만큼 제대로 된 사업 모델을 도출하는데 신경 쓰고 있다”며 “스타트업이 부족한 부분을 우리가 메꿔줄 수 있는지 여부도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액셀러레이터로 나선지 2년도 채 안 됐지만, 성적표는 훌륭하다.
최근까지 꼼꼼한 사업기획 과정을 거쳐 창업시킨 기업만 17곳이나 된다. 이 중 10개 기업은 벤처캐피털(VC)로부터 총 70억원 규모 투자를 이끌어냈다.
지난해 4월과 7월, 2회에 걸쳐 기업공개를 실시하면서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키운 기업이 진가를 나타냈다.
토모큐브와 플라즈맵 등에는 이미 수십억원대 투자가 성공적으로 이어졌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국내 유명 VC는 자체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온 기업보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발굴한 기업이 훨씬 매력적이고 투자할 가치가 있다며 호평했다.
모 VC 부사장은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발굴한 기업이라면 모두 투자를 검토하겠다며 무한 신뢰를 나타내기도 했다.
오는 4월쯤이면 투자 유치 금액이 120억원대가 넘어설 것으로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전망했다.
이 사장은 액셀러레이터라는 투자업을 “열정 덩어리를 만나는 잡(job)”이라며 매력적인 직업으로 평가했다.
그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기술력이 탁월한 대덕의 많은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제대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도록 디딤돌이 되고 싶어 한다.
이 사장은 “그간 하이테크, 엘리트 위주로 지원해왔다면 앞으로는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작더라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장인 등 독특한 서비스 영역으로 투자 대상을 확대해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