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칼럼]자동차 산업 연구 생태계를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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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태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각종 규제를 만족시키면서 동시에 연비 높은 차를 낮은 가격에 제공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도 폭스바겐은 적절한 가격에 연비 좋고 경쟁력 우수한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해서는 안 될 실수를 저질렀다는 의구심이 든다.

아예 연비 좋고 배출가스가 전혀 나오지 않는 친환경차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아쉽게도 2014년 세계 자동차 판매량 8560만대 가운데 전기차와 연료전지차는 18만6000여대(0.02%)에 그쳤다. 2025년까지도 전기차·연료전지차 시장 확대는 매우 제한(1%)되고, 98.5%가 내연기관차 또는 내연기관 기반 하이브리드차일 것으로 전망된다(델파이, 2014).

2025년까지 주요 시장 규제 대응을 위해서는 매년 약 5% 온실가스 감축과 연비 개선이 필요하다. 전기차·연료전지차 성장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해답은 사람의 건강 유지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기초체력이듯이 결국 기존 파워트레인 효율 향상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우리 정부는 스마트자동차 등 미래산업 분야 경쟁력 강화에 집중했다. 완성차 등 민간 투자가 활발한 분야는 투자를 축소해 왔다. 파워트레인 연구에 대한 정부 지원 축소로 완성차 업체는 독자 기술 개발과 함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파워트레인 분야 연구 생태계가 더욱 척박해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 미래산업에 선제 대응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산업 경쟁력 확보와 연구 생태계 유지 차원에서 적절한 지원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우리와 달리 미국은 ACE(Advanced Combustion Engine) 프로그램에 3년 동안 약 4000억원 연구비를 투입, 기존 내연기관 향상을 위한 연구를 집중 지원한다. 독일은 FVV라는 내연기관 연구조합이 1956년에 설립돼 60년 동안 900여개의 엔진·터빈 관련 기초 연구과제를 수행해 오고 있다. 완성차 업체 8개사, 부품업체 및 연구기관 등 141개 관련 기관이 조합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공동연구를 한다.

일본은 범부처 사업 ‘전략적 혁신창조 프로그램(SIP)’ 일환으로 ‘일본 엔진이 지구를 구한다’란 모토를 내걸고 혁신 연소기술 개발에 지난해 20억엔 예산을 배정했다. 민간 분야에서는 2014년 5월 완성차 업체 중심의 연구추진체 ‘자동차용 내연기관 연구조합(AICE)’을 발족했다. 에너지 소비 절감과 CO2 배출량 저감을 위한 엔진 고효율화가 주요 목표로, 9개 완성차 업체와 2개 연구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다. 기초·응용 연구를 수행케 함으로써 자동차 관련 기술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연구비는 정부와 업체들이 각각 50% 정도 지원하고 있다. 규모는 점차 커질 전망이다.

이처럼 미국, 독일,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들은 내연기관 고효율화와 친환경화를 위한 연구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민간도 조합들이 일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국가 주도 연구개발(R&D) 사업은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분야에 치중되고 정책의 흐름에 좌우될 수 있다. 반면에 민간 연구조합은 현장에서 요구하는 연구과제에 세부 대응이 가능하고, 업체별 기술역량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중견·중소기업 연구 역량 증대도 꾀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파워트레인 분야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 역량을 집결할 수 있는 협동조합 형태의 컨소시엄도 필요하다. 완성차 기업, 부품 기업, 대학, 공공연구소와 더불어 정부의 적극 참여가 중요하다.

연구조합이 조직되고 연구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기초인 원천기술 연구를 좀더 장기에 걸쳐 수행할 수 있다. 각 업체는 필요로 하는 핵심 연구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또 대학과 연구소의 연구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장 요구 파악과 우수인력 양성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들 우수 연구 인력은 업체에 전파돼 기술 역량을 강화시켜 미래 파워트레인 연구 생태계 선순환과 지속발전 원동력이 될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변화에 대비하고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는 조합 형태의 미래 파워트레인 컨소시엄 출범이 시급한 때다.

조용석 국민대 교수, 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 yscho@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