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순의 꼼꼼한 창업 가이드] 고객을 상상하지 말고, 철저히 관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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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지만 직장을 가진 사람들도 안도감을 갖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45정 38선 등 퇴직 연령이 낮아지고 어떤 기업의 경우 입사 3년차 이상을 대상으로 정리해고 문제를 일으키는 등 직장인들에게 ‘평생직장’은 이제 꿈에 지나지 않는 시대가 됐다. “과연 나는 언제까지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이 시대의 직장인이라면 한 두 번해 보았을 것이다.

필자도 30대, 직장생활 7년차에 접어들면서 많은 고민을 했고 달콤한 월급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결국 투잡을 시도했다. 역삼동에 위치했던 회사 근처에 방 2개의 빌라를 얻어서 후배 2명과 사업을 시작하였다. 자본금 5000만원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책상과 컴퓨터 등 집기를 준비해서 보증금 500만원, 월세 80만원의 공간이 첫 창업 장소였다.

사업 초기 몇몇 군데서 회사 홈페이지 개발용역을 하청받아서 회사가 그런대로 운영이 되었다. 하지만 회사가 좀 더 발전하려면 우리만의 서비스와 상품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서 다른 매출을 정리하고 서비스 개발에 몰두하였다. 첫 달은 함께 열띤 토론을 하는 등 의욕적으로 밤새 만든 기획서를 보면 뿌듯했고 당장이라도 대박이 날 듯 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나면서 서비스에 대한 자신감이 점차 줄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마저 들었다. 그러나 석 달째 접어들어 의욕을 가다듬고 서비스 개발에 매진해 5개월 만에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바로 이 첫 사업 아이템은 인터넷 상에서 다양한 이미지나 아이콘 등을 제공해 이 여러 이미지들을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이미지를 직접 제작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ASP 서비스였다. 처음에는 무료로 서비스를 하고 고객들이 만든 이미지들을 함께 공유하고 어느 정도 컨텐츠가 확보되면 유료화로 전환하려는 계획이었다.

홈페이지 제작이나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들 때 이미지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한다는 부분에 착안하여 기획한 사업이었고 사전에 100여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꼭 사용해보고 싶다는 결과가 80%이상 되었다. 그래서 자신감도 충만했다. 그러나 1000여개의 이미지 모듈을 만들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다양한 고객들의 요구에는 턱없이 못 미쳤다. 그리고 당시 웹상에서 필요한 이미지나 파워포인트 문서에 사용할 이미지들은 직접 하나하나 디자인해서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 되어있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인터넷 상에서 서비스를 받는 ASP 사업은 처음부터 시장에서 이슈만 될 뿐 실질적인 사용자들은 별로 없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해냈다는 자만심에 빠져 우리는 장밋빛 꿈만 꾸고 있었던 것이다.

서비스 시작 이후 첫 달을 제외하고는 고객들 대부분이 서비스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무런 매출 없이 4개월이 흘렀고 결국 사업을 포기하고 회사를 문을 닫게 되었다. 사업이란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을 값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웠다. 우리는 IT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인터넷의 곧 대세가 될 것이라는 확신에 차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하였는데 우리 서비스를 이용할 대부분의 고객들은 당시에는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우리의 서비스는 인터넷이 대중적으로 기반을 이루었을 때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그 당시 너무도 빨리, 없는 시장에 용감하게 뛰어들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교훈은 사업을 시작할 때 고객을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성공은커녕 실패의 길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설문조사 하나만으로 실제의 고객의 요구가 모두 반영되었다고 섣부른 판단을 해서는 안됐었다. 우리가 범했던 실수는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남들은 이럴 것이다’라고 생각한 점인데, 고객의 입장을 배제한 독단적인 기획이었기에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 데 김칫국만을 열심히 마신 셈이었다.

최근 다음소프트의 송길영 부사장은 ‘상상하지 마라, 관찰하라’ 라는 말을 했다. 사업을 시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변에서 아이디어를 얻곤 한다. 때로는 기막힌 사업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지만 주변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경우의 ‘시장의 정확한 상황’을 보지 못하고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 되기 쉽다. 자신들이 익히 알고 있어 잘할 것 같지만 고객들은 너무도 다양하고 의견도 분분하다. 주변에 아는 친척, 지인, 가족을 상대로 한 사업이라면 몰라도, 아니 비록 잘 아는 지인을 대상으로 한다 해도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할 고객들이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정확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사업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실패 속에서 성공의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실패로 지불해야 할 수업료는 생각보다 크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누구나 실패하려고 창업하지는 않는다. 사업을 시작한다면 자신의 상상이나 자신이 잘하고 혹은 잘 아는 분야니까 잘 되겠지 라는 낙관을 절대 가져서는 안 된다. 대신 시장을, 고객을 세밀하게 관찰하라. 철저히 고객의 입장을 자세히 관찰하고, 적절한 시기를 준비하는 자세가 창업자의 첫 걸음이다.

최형순 st0227@empal.com 필자는 이앤씨인터(한국설)의 대표이사이며 한양사이버대 해킹보안학과에서 보안관련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포렌식 서적인 “해커를 잡아라”를 집필하기도 했다. 다양한 분야의 사업기획 및 추진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중소 M&A 분야의 분석 전문가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현재 창업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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