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논란’ 사건 법정공방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부장판사 이광만)는 26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서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사업본부장(사장) 등 LG전자 측 피고인 3명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 판결을 선고했지만 검찰은 이에 불복, 항소했다.
이날 검찰은 “조 사장의 세탁기 손괴 혐의가 분명한데도 원심에서 파손 시점을 잘못 판단했다”며 “조 사장이 세탁기 도어를 양 손으로 누른 사실이 증거로도 인정되지만 이를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았다”고 항소 사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피고 측 변호인은 “LG전자 최고 경영진이 공개된 장소에서 경쟁사 임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타사 제품을 손괴하는 게 가능한 지 의문”이라며 “수차례 검증과 공판, 13명 증인 심문을 거쳐 1심 재판부가 판단을 내렸다”고 반박했다.
또한 “삼성전자 크리스탈 블루 세탁기는 다른 세탁기와 달리 눌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누르면 도어가 출렁거린다”며 “그런 특성을 고려했을 때 검찰이 조 사장 행동에 대해 오해를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CCTV 영상에 대한 대검찰청 분석 의뢰 및 힌지 훼손과 관련한 학계 의견수렴 등 ‘사실조회’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힌지는 힘이 가해진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체 회복할 여지가 있는데 원심이 이를 불명확하다고 판단, 간과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피고 측 변호인은 “사건 발생 후 1년 6개월가량 지난 가운데 해당 제품 보존 여부, 검찰 사실조회 요청에 대한 외부 기관의 판단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정확한 판단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재판부는 대검 CCTV 분석 사실조회 요청은 받아들였지만 힌지에 대한 외부 의견수렴은 변호인 측과 합의 후 제출하라고 판단했다.
다음 공판은 3월 30일 오전 11시 30분 열린다. 재판부는 “4월 말까지 1~2회 가량 변론 기일을 마련한 뒤 5월 경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