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항암제 `글리벡`을 비만과 당뇨 치료제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장현 울산과학기술원(UNIST)교수팀은 글리벡이 지방세포 생성과 분화에 필수 단백질인 `피피에이알감마(PPARγ)`를 조절해 인체 고혈당과 비만을 완화하고,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도 개선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글리벡 성분이 당뇨 발병의 주요 인자를 억제해 혈당을 낮추지만 부작용은 없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았다.
`글리벡(Gleevec)`은 스위스 노바티스가 개발한 만성 골수성 백혈병(CML) 치료제다. 기존 항암제와 달리 큰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고, 위암 관련 위장관 기저 종양(GIST)에도 약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당뇨병 치료제 티아졸리딘다이온계(thiazolidinediones) 약물은 혈당 조절 능력은 높지만 저혈당, 신부전증, 심혈관계 질환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를 대체할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 개발이 필요했다.
티아졸리딘다이온계 약물은 피피에이알감마가 표적 단백질이다. 피피에이알감마의 전사활성을 높여 피피에이알감마 타깃 유전자의 발현을 증가시키고 이를 통해 근육과 지방 조직에서 인슐린 작용을 향상시킨다. 따라서 혈당을 낮추는 데 탁월하다.
최 교수팀은 당과 지질 대사 향상에 관여하는 유전자 조절 피피에이알감마에 인산(P)이 붙게 되는 인산화가 당뇨 발병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즉 피피에이알감마에서 인산을 떼어내는 것만으로 항 당뇨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찾아낸 것이다.
최 교수팀은 피피에이알감마에 인산 결합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화합물 스크리닝 (chemical screening)기법`을 개발했다. 이를 이용해 백혈병 치료제로 쓰이는 `글리벡`이 피피에이알감마에 특이적으로 결합해 인산화를 억제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이전까지 연구에서는 글리벡을 투여한 암환자의 혈당이 낮아지고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된다는 점은 관찰됐다. 하지만 정확한 분자 기전은 불분명했다.
최 교수팀은 글리벡을 비만생쥐에 투여해 피피에이알감마 인산화 억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인슐린 저항성은 개선됐고, 체중 감소효과도 나타났다. 실험 결과는 글리벡이 항당뇨 효과 뿐 아니라 항비만 효과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 교수는 “피피에이알감마의 인산화 억제라는 새로운 개념을 찾았고, 여기서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로 글리벡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항당뇨 치료제 신약 개발의 초석이 될 것”이라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당뇨병 분야 국제 학술지 다이아비티즈(Diabetes) 1월 5일 실렸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