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기 케이블이 땅바닥에 뒹굴고, 방전량이 갑절 많은 충전기가 꽂힌 곳도….’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앞두고 있지만 충전기 운영·관리 상태는 위험 수위를 넘었다.
경기도 내 한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충전소에는 3㎾ 완속충전기 케이블이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비라도 내리면 감전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는 상태다. 한 전기 전문가는 “대부분 충전기는 제작 과정에서 단락·누전차단 기능이 잘 갖춰져 있지만 물기 접촉 등 상황에서 3㎾면 심장마비를 감전사를 부를 수 있는 용량”이라고 설명했다.
록(잠금)장치가 위쪽 한 부분만 돼 있어 옆으로 흔들리면 충전 중에 케이블이 빠지는 것도 확인됐다. 올해 전기차 보급대수 1만대 돌파를 앞두고 국가 차원의 충전기 안전 정비·설비 관리가 시급해졌다.
22일 전자신문 기자가 직접 둘러본 경기도 내 다수 완속 공용충전소에는 공용으로 사용하기에 부적합한 충전기가 꽂힌 채 방치돼 있었다. 심지어 충전 중에도 성인 남성 힘으로 충전케이블이 쉽게 뽑혔다.
우리나라 완속충전기(3·7㎾)는 지난 2012년 국가표준원 표준에 따라 충전기와 충전케이블을 고정시킨 일체형과 분리형으로 규격화됐다. 하지만 대부분 경제성 등 이유로 공용충전소는 분리형 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전기차 운전자는 충전케이블을 차에 신고 다니면서 충전할 때 꺼내 써야 한다.
대다수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공공기관이나 개인은 충전케이블을 임의로 연결해 사용한다. 충전 때 매번 케이블을 차에서 꺼내 쓰는 번거로움 때문이다. 심지어 2013년 이후에 출시된 차량에는 사용하면 안 되는 충전케이블을 쓰고 있었다.
공공기관은 2012년부터 정부 전기차 보급 사업에 따라 당시 출시된 현대차 ‘블루온’이나 ‘레이EV’ 등 규격에 맞는 3㎾급 케이블을 사용하고 있었다. 반면에 2013년 이후 출시 차량은 7㎾급 케이블을 쓴다. 2013년 이전에 출시된 전기차는 한 시간에 3㎾ 전기를 충전하도록, 그 이후 전기차는 7㎾h로 갑절 이상 많은 전기를 충전하도록 설계됐다. 일반인은 두 충전기를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헷갈린다.
케이블 연결부 핀(PIN) 규격이 일치하고 케이블 두께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결국 7㎾ 충전케이블을 쓰는 차량이 충전소에 갔을 때는 이미 꽂혀 있는 3㎾급 케이블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3㎾를 충전하도록 설계된 전기차에는 문제될 게 없지만 7㎾ 전기를 충전하도록 설계된 차량이 이미 꽂혀 있는 3㎾ 케이블로 장시간 충전한다면 과열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3㎾ 전기에 견디도록 설계된 케이블에 갑절 이상 많은 전기가 흐르기 때문이다.
이들 충전기는 일체형으로 제작돼 충전케이블 걸이가 없다. 별도로 설치를 해 주지 않으면 케이블이 바닥에 나뒹굴 수밖에 없다. 충전기와 전기차 간 연결이 끊기면 전기는 자동으로 단락되지만 비나 눈에 노출돼 있어 자칫하면 감전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올해부터 3㎾ 케이블을 사용하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가 다수 출시됨에 따라 케이블 분리형 충전기의 위험 노출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업계는 공용으로 쓰는 완속충전기를 7㎾급 케이블 일체형으로 표준화할 것을 주장한다.
충전기 업체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은 우리나라와 달리 록 기능을 강화한 7핀 케이블에다 충전기 케이블 일체형으로 규격화해 안전성을 높였다”면서 “레이EV 등 구형 전기차뿐만 아니라 올해 다수의 PHEV가 국내 출시됨에 따라 충전기 안전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