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글로벌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 SDN 플랫폼을 확산시켜 시장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국내에도 SDN 기술 개발에 뛰어든 기업이 많아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화웨이가 SDN 기술력 우위를 확보했다는 평가도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오픈소스 기반 SDN 연구개발을 위한 신규 조직을 만들었다.
글로벌 오픈소스 프로젝트 그룹과 협력하기 쉬운 미국을 시작으로 중국과 인도에도 연구 인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DN 전문 조사기관 SDX센트럴은 “완전한 오픈소스 네트워킹 스택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SDN은 네트워크 환경에서 물리적인 부분과 SW 부분을 따로 분리하면서 운용 효율성을 높인다. 보안도 강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고객 맞춤형 통신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 5G 기술 중 하나로 주목받는다. 네트워크를 가상화해 필요에 따라 잘라서(슬라이싱) 제공하는 기술 덕분이다.
화웨이는 SDN 가운데 주요 제어기를 개발하는 오픈네트워킹운용체계(ONOS)와 오픈데이라이트프로젝트 등에 집중한다. ONOS는 SK텔레콤이 연구개발(R&D) 인력을 파견한 프로젝트다. 수많은 개방형 SDN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다.
화웨이가 개방형 SDN에 집중 투자하는 배경에는 주도 플랫폼 구축으로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 ONOS처럼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특정 기관·기업 기여도에 따라 기술 개발 방향을 설정하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화웨이가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투자를 확대하면 SDN 주도권을 쉽게 가져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화웨이는 ONOS 등 SDN 프로젝트에 기여하는 개발 인력을 지금보다 3배 이상 확대해 미국에서만 150여명을 유지할 계획이다. 10여명 이상 SDN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이 없는 우리나라와 상반된 모습이다.
국내 기업과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SK텔레콤뿐 아니라 SDN 기술에 투자, 직접 개발하는 기업이 다수 포진해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인 쿨클라우드는 독자적인 SDN 제어기 ‘오픈물(OpenMUL)’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SDX센트럴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10위 안에 포함된 상위 프로젝트다.
이미 기술 주도권이 화웨이 쪽으로 기울었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한국지식재산전략원이 발표한 ‘SDN·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 기술 국내외 특허 분석 조사’는 화웨이가 SDN 관련 특허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출원했다고 명시했다. 지난해 9월 기준 화웨이는 345건 관련 특허를 출원해 1위를 차지했다. NEC·에릭슨·시스코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41건)와 삼성전자(30건)가 세계 시장에 특허를 출원했지만 화웨이 10분의 1 수준이다.
조사를 주도한 정석현 지식재산전략원 선임연구원은 “화웨이는 SDN 데이터 전송과 장치 가상화 기술, SDN 응용 인터페이스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