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산유량 동결 합의…“이란 동참 안하면 실효성 없다”

Photo Image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4개국이 산유량을 동결하기로 합의했지만 국제유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15년 만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 사이 산유량 제한 합의가 이뤄졌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다. 두바이유는 상승해 배럴당 30달러선을 회복했지만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떨어졌다. 생산량 최고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감산 아닌 동결로는 공급과잉이 풀릴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이어 열릴 베네수엘라와 시아파 산유국 간 회동에서 이란이 동결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도 반영됐다.

16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그리고 베네수엘라, 카타르는 카타르 도하에서 비공식 회동을 갖고 유가 안정을 위해 각국 산유량을 올해 1월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합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OPEC 맹주이자 세계 최대 산유국이다. 러시아는 사우디에 이은 세계 2위 산유국이자 비 OPEC 최대 석유 생산국이다.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 간 생산량 제한 합의는 15년 만이다. 최근 산유국 간 감산 기대감으로 유가가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이날 결과는 유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Photo Image
산유량 동결 합의 소식이 알려지자 두바이유는 상승해 30달러선을 회복했지만 WTI, 브렌트유 가격은 일제히 하락했다.

발표 후 WTI 3월 인도분은 장중 한때 배럴당 31.53달러, 브렌트유는 배럴당 35달러까지 급등했지만 이후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WTI는 0.40달러 하락한 배럴당 29.04달러, 브렌트유는 1.21달러 내린 배럴당 32.1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두바이유 현물 가격만 전 거래일보다 1.44달러 오른 배럴당 30.66달러를 기록해 40여일 만에 30달러선을 회복했다.

감산이 아닌 동결로는 현재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신중론이 대두되면서 상승세를 억눌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OPEC 회원국은 지난달 원유 생산량을 하루 28만배럴 늘렸다. 생산량은 역대 최고치인 하루 3260만배럴에 달한다. 지난달 러시아 생산량은 일평균 1098만9000배럴로 소련 붕괴 이후 최대치다. 1월 수준 동결로는 시장에 파급을 주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호세인 아스카리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동결 합의는 이익을 짜내기 위한 속임수”라고 혹평했다.

Photo Image
이란 원유 생산량은 향후 국제 유가 향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부상했다.

이란의 동참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이날 결정은 다른 산유국 동참을 전제로 이뤄진 조건부 합의다. 과거 감산, 동결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던 학습효과가 반영된데다 공급과잉 해소 열쇠를 쥐고 있는 이란이 강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란은 경제 제재 이전 수준으로 산유량을 회복하기 전까지는 동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18일(한국시각) 시아파 산유국인 이란, 이라크와 산유량 제한 관련 협의를 갖지만 성사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다만 산유국이 지난 2014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산유량 제한 관련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초저유가를 벗어나기 위한 행보는 이어질 전망이다.

황병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산유국은 앞으로 이란 산유량과 수출량에 주목할 것”이라며 “최근 산유량 제한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6월 OPEC 회동에서 감산 또는 동결 기대감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