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의 성공경제]선발주자가 되려는 한국 기업, 공간 선취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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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주자(First Mover)로의 전환은 한국 경제의 위기 극복을 위한 유일한 돌파구로 제안된다. 그러나 구체적 방법 제시가 빈약하다. 기술 혁신으로 선진 기업을 앞질러 선발주자가 돼야 한다는 처방은 당연하지만 너무나 막연하다.

선발주자가 되는 첫걸음은 대부분 기회 선취에 있다. 기술과 시장 등 변화하는 환경이 만들어 내는 일시성 불균형을 활용, 기회를 먼저 획득해야 한다. 일시성 불균형은 다른 경쟁기업에 경쟁우위를 갖게 한다. 이것은 기업이 보유한 기술이나 독특한 자원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으며, 미래를 반 보 앞서 예측하는 능력이나 순전히 운에 의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 기업이 우선 추구해야 할 선발주자 전략은 무엇인가. 그것은 지리적 위치와 제품 특성을 고려한 공간 선취 전략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21세기의 변화 바람은 아시아에서 불고 있다. 특히 중국의 굴기는 2014년 이후 중산층 폭발과 내수시장 확대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선발주자가 되기 위한 기회의 바람이 중국 소비시장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인도 등지에서 불어온다. 기회 선취를 위한 일시성 불균형은 이러한 아시아 시장 공간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자본력이 부족한 우리 중소기업도 공간 선취로 제한된 범위에서 경쟁우위를 지속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이때 공간(Space)이란 지리적 공간뿐만 아니라 제품 특성상 공간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우리 기업은 각자 기준으로 가장 매력 넘치는 틈새(Niche)를 중국과 아시아 공간에서 찾아내고, 그 공간에 가장 적합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선발주자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기술 혁신은 매우 어렵고 또한 드물다. 우리 중소기업이 이러한 기술 혁신에만 매달리기에는 대부분 한계가 있다. 그리고 기술적 리더십만이 유일한 선발주자 전략은 아니다. 같은 기술을 가지고도 공간 선취와 맞춤형 개발로 기회를 획득하고 경쟁자 진입을 저지할 수 있다.

문제는 구체적 전략 실천이다. 공간 선취란 철저한 현지화를 전제로 한다. 현지 고객 요구와 시장 흐름을 꿰뚫어야 한다. 시간이 걸리고 현지 네트워크도 필요하다. 국내 제품을 일방적으로 수출하려는 전통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현지 기업 주문을 받아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방식도 선발주자로 만들어 주지 못한다.

이와 함께 선발주자가 갖는 원초적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 선발주자는 초기 투자에 연연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후발주자는 적은 투자만으로 선발주자가 닦아 놓은 시장 인프라를 활용하는 무임승차 효과를 누린다. 특히 유의할 것은 보완자산(Complementary Assets)이다. 보완자산이란 기술 혁신을 상품화하거나 공간 선취에 꼭 필요한 자산과 지식 등을 의미한다. 현지에서 필요한 제조 설비, 현지인력 관리방법, 유통망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선발주자가 보완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 때 후발기업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무임승차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선발주자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회 선취 이후 차지한 유리한 위치를 강화하고 지속시킬 수 있는 메커니즘을 확보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선발주자 이점을 강화시키는 메커니즘으로는 기술적 리더십, 희소자원 선취, 구매자 교체비용 등이 있다.

첫째 기술적 리더십은 핵심 기술뿐만 아니라 관련된 주변 기술에 특허를 내거나 생산 공정 또는 관리 측면에까지 경쟁자가 모방하기 힘든 혁신에 의해 달성된다. 둘째 선발기업은 종종 기술적 리더십보다도 더 많은 이점을 희소자원 통제에 의해 얻을 수 있다. 셋째 교체비용과 불확실성 때문에 구매자가 선발주자 제품과 상표에 집착하는 성향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선취할 수 있는 시장 공간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공간을 선취하려면 전략적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예를 들면 자신이 보유한 기술 수준과 그것을 현지에서 상업화하는 데 필요한 보완자산 획득 여부에 따라 적절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경쟁자가 모방하기 어려운 기술과 현지에 충분한 보완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면 현지화 독자 전략이 가능하다.

그러나 중소기업 대부분은 현지 보완자산 확보가 어렵다. 그나마 기술 수준이 높아서 모방 장벽이 높은 편이라면 현지 기업과 전략적 제휴와 합작투자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모방 장벽이 낮은 편이라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현지 기업에 기술을 라이선스해 주고 그 기업으로 하여금 시장을 개척토록 하는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

이장우(경북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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