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영화 ‘오빠생각’이 개봉하면서 금융권은 논란 중심에 섰습니다. VIP 시사회 때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금융권 인사가 대거 참석했기 때문입니다.
연예 기자도 다수 있었습니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기자가 전한 말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영화 시사회에 짙은 양복과 넥타이로 무장한 중년 남성이 대거 등장하자 다른 관객이 어색하게 바라보더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오버(?) 아닌가, 영화(배우 임시완)에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달이 나고 말았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영화 ‘오빠생각’ 흥행을 위해 금융사에 영화예매권을 대량으로 구입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입니다. 금융사 ‘강매’ 논란이 일면서 정부 갑질 사례로까지 언급됐습니다.
당시 금융위는 금융사에 ‘오빠생각’ 예매권 3000~5000장을 사 달라고 유선으로 협조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위는 즉각 “영화표 구매를 금융위 차원에서 강매·할당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의혹은 이미 거둘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당시 예매에 참여한 금융사가 10여개 안팎으로 알려졌으니 대략 3만~5만장으로 예상됩니다. 영화 ‘오빠생각’ 손익분기점은 500만 정도라고 합니다. 실제 영화평에 비해 ‘오빠생각’ 흥행은 부진합니다. 13일 현재 ‘오빠생각’은 1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이번 논란이 영화 흥행에 악영향으로 작용했으니 득보다 손해가 큽니다. 금융위도 배우 임시완도 논란으로 잃은 것이 많습니다.
강매 논란을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배우 임시완에 대해서는 한 가지 얘기하고 넘어갔으면 합니다.
임시완씨는 지난해 8월 27일 핀테크 홍보대사로 임명됐습니다. 정부부처나 각종 공익단체 등에서 선정하는 홍보대사는 통상 수천만원대의 개런티를 받습니다. 지명도에 따라 개런티가 1억원대를 호가하기도 합니다.
임시완씨는 당시 드라마 ‘미생’의 히트로 최고 몸값을 자랑하던 때입니다. 최고 개런티를 받아야 했지만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았습니다.
유명 연예인이 한두 번 얼굴을 비추던 것과 달리 핀테크 관련 행사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열심이었습니다. 바쁜 일정 가운데에서도 본지에 5차례에 걸쳐 ‘임시완의 핀테크 체험기’를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소속사 관계자 대필이 관행이지만 해당 글은 100% 임시완씨가 직접 쓴 글이었습니다.(해당 글을 기자가 직접 받아서 다듬고 지면에 반영했습니다.)
금융위 ‘예매권 구입 요청’ 논란은 결국 금융위원회와 금융권이 임시완씨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나친 고마움의 표현은 영화를 떠나 임시완씨의 진정성까지 의심받게 했습니다.
최근 전해 들은 말에 따르면 임시완씨는 당분간 핀테크 관련 일에 나서는 걸 자제할 모양입니다. 27살 청년 임시완이 걱정됩니다. 핀테크 홍보대사 임시완에게 의혹보다 격려의 박수가 많다는 점을 전하고 싶습니다.
홍기범 금융/정책부 데스크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