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학문 활동은 ‘고대 만물의 근원이 무엇인가’라는 탐구에서 시작됐다. 근원을 특정 대상이라 추종하는 무리가 모여 학파를 이루고 논쟁과 토론을 벌였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이스토텔레스로 대표되는 고대철학에서 학문은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으로 구분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 이성과 감성, 논리 등 정신세계를 탐구하는 것이 형이상학이라면 물질 이치와 변화를 탐구하는 것이 형이하학이다. 형이상학은 현대 신학, 법학, 수학 뿌리가 됐고 형이하학은 생물이나 화학 등 자연과학으로 이어졌다.
대학은 ‘암흑시대’인 중세로 거슬러 올라가 신학 이외에 세속 학문이라 치부된 분야에서 연구 활동을 해 온 학자와 학생들이 모인 것이 시초다. 이들은 정보를 공유하고 교류하며 해당 분야 전문가를 양성했다. 의학, 법학, 신학 등 학부의 틀을 갖춰 나갔다. 더욱 수준 높은 교육을 위한 교양학부도 생겼다. 19세기 들어와 자연과학부, 20세기에 공학부가 각각 추가되면서 현대 대학 학부체계를 완성했다.
19세기 초 ‘근대 대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독일의 카를 훔볼트는 교육 중심 대학에 연구 기능을 추가했다. 이때부터 대학에는 교육과 연구라는 2대 기능이 자리 잡는다.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이 강조되면서 봉사 기능도 추가됐다. 현재 대학의 3대 기능은 교육, 연구, 봉사다.
선진국 명문 대학은 이 같은 전통에 충실해 수준 높은 교육과 연구는 물론 사회봉사와 헌신을 중요시한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취업 대학’이다. 대학 3대 기능은 우리나라에서는 취업을 위한 교육, 취업을 위한 연구, 취업을 위한 봉사다.
대학은 개별 학문을 유기적으로 네트워크화해 함께 연구하고 토론하며 더 크고 깊은 학문(대학)을 추구하는 장이다. 전공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와 동시에 다양한 교양 교육으로 사회와 세계 전체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을 갖게 해 주는 곳이 대학이다.
세계 일류 대학 기준은 취업률이 아니다. 세계 명문 대학은 여전히 사회에 기여하는 연구, 인류에 봉사하는 정신을 갖춘 인력 양성에 중점을 둔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