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윗·골리앗 싸움은 심판 역할이 중요하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한 벤처기업이 글로벌기업 미국 ‘애플’과 상표분쟁에 휘말렸다. 당사자는 ‘스마트비투엠’이라는 신생 기술형 벤처기업이다. 2013년 창업한 스마트비투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명함인식 엔진 기술을 이전받아 명함관리 솔루션 ‘이플(eepple)’을 출시하고 특허청에 상표 출원했다.

특허청은 애플과 유사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특허 심사 절차에 따라 지난해 5월부터 두달간 출원 공고를 냈다. 이후 애플은 지난해 7월 특허청에 이의신청을 제기, 상표 분쟁 불씨를 피웠다.

쟁점은 상표 유사성 여부다. 일반적으로 상표 유사성은 외관, 관념, 호칭 세 가지 측면을 감안해 판단한다. 특허청은 “상표 외관이나 관념 측면에서 ‘eepple’과 ‘apple’은 유사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알파벳 ‘e’ ‘ee’ 호칭이 다양한 형태로 발음될 수 있다는 과거 대법원 판례가 있어 유사성 여부 판단을 진행하고 있다.

상표는 특허, 실용신안, 의장과 함께 지식재산권(IP) 한 종류인 산업재산권 네 가지 범주에 들어간다. 기업에 특허만큼 중요한 권리다. 상표 분쟁은 유사성 판단 기준이 다소 모호해 자주 발생하는 편이다. 양사 분쟁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예단하기 힘들다.

상표 분쟁이 발생하면 특허청 판단을 바로 승복하는 사례가 드물다. 결국 특허심판원 심결이나 대법원 판결까지 이어지는 장기전 양상이다. 특히 스마트비투엠 같은 중소기업은 설사 상표분쟁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영업 피해가 불가피한 게 현실이다.

기술벤처 스마트비투엠과 시가총액 글로벌 1·2위를 다투는 애플 상표 분쟁은 다윗과 골리앗 싸움과 다름없다. 다윗과 골리앗 싸움은 심판 역할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특허청은 글로벌 공룡기업 유명세에 치중해 부당하게 이의 제기를 받아들여선 안 된다. 지재권 소송에 능한 애플이다 보니 부담을 가질 수도 있지만 유사성 여부 판단에 조금도 좌고우면이 없어야 한다.

중소기업은 국내와 수출시장에서 대기업, 외국기업과 지식재산권(IP)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지재권을 방어할 수 있는 지식과 재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하고 고유 지재권 확보가 필요하다. 개발과 제조만 잘해도 성공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