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내고는 안판다` 옛말…도시가스업계 적자 경영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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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시가스 지난해 연결 기준 적자 전환했다. 도시가스업계 상장사 가운데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상대적으로 안정적 경영구조를 영위해 온 도시가스업계에 적자 경보가 들어왔다. 서울도시가스가 업계에서 처음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을 내면서 업계 전체 위기 단면이 드러났다. 업계는 지방자치단체의 지나친 요금 동결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고 짚었다. 최근 판매량까지 떨어지고 있어 앞으로 실적 악화로 신음하는 업체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도시가스도 이젠 적자

서울도시가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24억8000만원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이는 도시가스업계 상장사 가운데 연간 영업 적자를 기록한 첫 기록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24.2%나 줄어들었다. 원가 인하로 매출·영업이익이 동시에 줄었고 공급비용 인상요인을 판가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손실로 이어졌다.

도시가스기업은 가스공사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를 구매해 공급비용을 붙여 판매하기 때문에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더욱이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늘었다. 그런데도 손실이 발생한 것은 지자체가 정하는 공급비용이 원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서울시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도시가스 공급비용을 동결했고 지난해엔 도시가스 수요 감소와 서비스개선 비용 등 인상요인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요금 조정을 미루다 12월에야 최종 인상을 결정했다. 이로 인해 서울지역 도시가스사 요금 인상이 늦어져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따랐다. 도시가스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는 5개사 기업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채 공급비용을 일괄 적용하다보니 비용이 높은 서울도시가스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판매량 감소

서울도시가스가 공급비용 동결로 인해 가정용 시장에서 고전했다면 대다수 도시가스기업은 산업용 판매량 부진에 울고 있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수익성을 유지하는 도시가스사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도시가스 점유율 1위 SK E&S의 지난해 LNG 총 판매량은 48억1100만㎥으로 전년 대비 3% 줄었다. 12월이 가장 부진했다. 이달 총 6억200만㎥를 팔았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6%(1억1500㎥)나 줄어든 수치다. 경동도시가스 지난해 11월 누적 판매량은 16억1759㎥로 전년 대비 32% 줄었고 대륜도시가스, 인천도시가스 판매량도 각각 1.1%, 6.5% 빠졌다.

지난해 우리나라 도시가스 판매량은 2년 연속 감소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지난해 11월 전국 누적 LNG 판매량은 190억1447만㎥로 전년 대비 4.8% 줄었다. 지난 2014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1985년 이후 20년만에 첫 감소세로 전환한데 이어 2년째 내리막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평균기온이 평년 보다 1.5℃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또 산업용 연료는 벙커C 등 가격이 떨어진 석유제품에 자리를 내준 것이 직접 원인이다. 지난해 가스공사 도매가격 하락폭은 연간 16%에 그쳤다. 우리나라 도입비중이 높은 두바이유 현물가 하락폭이 40%에 달한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로 인해 주요 정유사를 비롯한 산업체에서 산업용 연료를 LNG에서 벙커C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면서 도시가스사 판매량이 급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도시가스사가 맞은 위기는 도·소매 요금이 현실화되지 않은 것이 근본적 원인”이라며 “가뜩이나 연료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겨울철 수요까지 빠지면서 총체적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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