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35)씨는 B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다가 난감한 경험을 했다. 계좌등록 등 간단 업무를 위해서지만, 스마트폰에는 순식간에 B은행 앱 3개가 깔렸다. 업무 수행을 위한 자동연결 앱이 많아서다. A씨는 “주거래 은행이 2개만 돼도 폰에 앱이 대여섯개가 넘는다”며 “기능이 많아 앱 차이점을 구분하기 어렵고 40~50대는 더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이 모바일은행 등 기능이 특화된 앱을 앞다퉈 내놓고 있어 피로를 호소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등 5개 은행이 안드로이드 마켓과 애플 앱스토어에 내놓은 앱만 40개가 넘는다. IBK기업은행(13개), 우리은행(9개), 신한은행(8개), KEB하나은행(8개), KB국민은행(5개) 순이다.
기업뱅킹이나 최근 열풍인 모바일전문은행 앱이 포함된 것을 감안해도 각 은행에서 내놓은 앱 개수는 많다.
금융권은 기존 통합 앱에서 대출, 외환송금, 알림 등 특별한 기능을 따로 떼어내 별도 앱으로 가볍게 서비스 하는 추세다.
그러나 소비자는 한 은행 앱을 다수 설치하고 필요 기능을 찾아 들어가는 불편이 있다.
IBK기업은행은 그룹을 만들어 사람을 모으면 모인만큼 금리가 올라가는 ‘흔들어 예·적금’, 스마트폰 전용 모임활동 관리 서비스 ‘IBK ONE 모임’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별도 앱을 구축했다. 그러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기종에 따른 오류, 튕김 현상 등 불편을 토로하는 글이 많다.
우리은행도 계좌를 관리하는 ‘원터치개인뱅킹’을 설치하면 ‘원터치금융센터’도 연결 설치해야 한다. 모바일은행 ‘위비뱅크’를 깔아도 ‘원터치개인뱅킹’을 깔도록 유도하고 있다.
‘당근easy뱅킹’도 패턴(당근이체)을 이용한 기능이지만 원터치개인뱅킹이 제공하는 조회, 이체, 현금출금 등 서비스와 차이가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합 앱에 모든 서비스를 넣으면 무거워지기 때문에 사용자가 골라서 쓰도록 분리해 서비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몇 년 간 핀테크 열풍이 불면서 은행권이 경쟁적으로 앱을 쏟아내는 분위기”라며 “앞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면 불필요한 앱이 정리되고 각 금융사가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