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와 코스피 커플링(coupling·동조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유가가 움직이면 글로벌 주요증시가 같은 방향성을 보이고 우리 증시도 뒤를 따르는 모양새다. 유가 흐름이 우리 증시 방향성 가늠자로 부상하면서 향후 유가 향방에 투자자 관심이 쏠렸다.
11일 코스피 지수는 3% 가까이 떨어졌다. 북 미사일에 개성공단 전면 중단 등 국지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일, 미, 유럽 주요국 증시 동반급락이 더 직접적으로 작용했다.
최근 국제유가와 글로벌 증시 움직임이 같고 우리 증시도 이를 따르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현재까지 유가와 코스피 지수의 상관계수는 0.7로 나타났다. 유가가 하락하면 상관도는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35달러를 웃돌때는 0.58로 비교적 낮지만 그 이하에서는 상관계수가 0.74로 높아졌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유가와 증시 움직임이 같아진다는 의미다. 최근 유가가 20~30달러선을 오가는 것을 감안하면 국제유가는 국내 증시 방향성을 가늠하는 가장 확실한 지표가 된 셈이다.
미국 등 글로벌 증시와 국제유가 커플링도 심화되고 있어 이같은 경향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국제유가와 증시 동조화 정도가 26년래 최고 수준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WSJ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제유가와 S&P500 지수의 상관계수는 0.97까지 높아졌다. 26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다.
국제유가와 증시가 같이 움직이는 것은 두 지표가 글로벌 경기를 대변하는 동시에 상호 연관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저유가는 강달러와 공급과잉이 원인이다. 유가가 하락하면 당장 에너지 기업 자산이 하락한다. 산유국은 재정수입 감소로 수입을 줄인다. 이는 에너지 기업 주가를 끌어내리고 동시에 중국, 신흥국 경기 침체로 번진다. 유가가 배럴당 40달러선을 오갈때는 에너지 기업, 산유국 재정이 안정성을 유지했지만 20~30달러선을 오가면서 우리 증시에서도 외인 자본 이탈도 가속화됐다. 지난달 시가총액 가운데 외인 비중은 한때 28.71%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2009년 8월 18일 이후 최저치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자본 이탈이 거셌다.
또 미국 양적완화 종료로 글로벌 경제 유동성이 급격히 줄면서 증시와 유가가 동시에 충격을 받는 측면도 있다.
이은택 SK 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 유가 하락은 미국 양적완화 종료로 유동성이 흔들리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보는 것이 설득력이 높아 보인다”면서 “다만 조선업종 실적쇼크 초기 때 코스피가 크게 반응했지만 최근 그 영향력이 약해진 것처럼 에너지 기업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유가와 증시 상관도도 앞으로 점차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유가는 전일보다 배럴당 0.49달러 내린 27.45달러에 거래됐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99.64포인트(0.62%) 하락한 15,914.7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날보다 0.35포인트(0.02%) 내린 1851.86에 마감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