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전국 고속도로는 귀성·귀경객으로 몸살을 앓는다. 평소 자동차로 4시간 안에 끊는 서울에서 부산 간 소요 시간은 6시간을 훌쩍 넘기 마련이다. 비행기로 1시간, KTX로 2시간 40분이면 닿는 거리지만 한정된 좌석과 지연, 수속 시간 때문에 이보다 더 걸리는 일이 다반사다.
오는 2027년, 일본에서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를 1시간 내에 끊는 꿈의 열차 ‘주오신칸센’이 상용화된다. 자기부상열차 기술을 응용, 도쿄에서 나고야까지 285.6㎞ 거리를 40분에 주파한다. 2045년에는 오사카까지 438㎞를 67분에 달려 도쿄와 나고야, 오사카 3대 도시를 단일 통근권으로 묶는다. 이론대로라면 서울, 대구, 부산이 일일 통근권에 들어오는 셈이다.
일본 도카이여객철도(JR도카이)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시나가와역에서 주오신칸센 시나가와역 기공식을 개최했다. 주오신칸센의 기점으로 현 도카이도신칸센 역사 지하 40m 지점에 건설한다. 10년 뒤 완공되면 기존 도카이도신칸센 최속달 열차 ‘노조미’로 1시간 28분 걸리는 거리를 절반 넘게 줄여준다.
주오신칸센에 투입될 ‘L0계’는 자기부상열차로 일본에서는 ‘초전도 리니어’라 부른다. 초전도는 금속을 일정 온도 이하로 냉각해 전기저항을 0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기존 자기부상열차는 단순히 N극과 S극 차이에 의해 부상하는 ‘상전도’ 방식을 썼지만 일본은 1962년부터 초전도리니어 기술 개발에 착수,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L0계는 지상에서 10㎝ 뜬 상태에서 운행해 기존 신칸센보다 2배 수월하게 급경사를 오르내릴 수 있다. 브레이크 성능도 2배로 지진과 같은 비상상황 시 급제동도 쉽다. 일본차량제조와 미쓰비시중공업이 공동 개발해 2013년 일본 야마나시 리니어실험선 42.8㎞ 주행 실험에 투입됐다. 지난해 4월에는 최고시속 603㎞를 달성, 현존하는 육상교통수단 중 최고 속도를 달성했다.
주오신칸센은 2027년 개통 시 최고시속 505㎞로 달릴 예정이다. 나고야까지 5조 1000억엔, 오사카까지 9조엔이 될 공사비는 JR도카이가 전액 부담한다. 1964년 개통된 세계 최초 고속철도 도카이도신칸센이 도쿄, 나고야, 오사카 간 552.6㎞를 노조미로 최고시속 285㎞, 2시간 25분에 주파하지만 3분 배차에도 만석일 정도로 극심한 과밀 수요를 보이는 ‘황금노선’이기 때문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JR도카이에 따르면 L0계는 승객 1명이 1㎞를 이동할 때 90~100와트(W) 전력을 소모한다. 도카이도신칸센 노조미에 투입되는 N700A계29W의 3배 이상에 달한다. 도쿄에서 오사카까지 전 구간 개통 시 1회 운행 당 74만킬로와트(㎾)가 쓰일 것으로 예상돼 “100만㎾급 원자력발전소 1개와 맞먹는 규모”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JR도카이와 일본 정부는 주오신칸센 성공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적인 고속철도 수주 경쟁에서 승기를 잡아야하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2014년 4월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 대사와 L0계에 탑승, “초전도 리니어 기술을 미국에 무상 제공하겠다”고 밝히며 기술 수출에 의욕을 보였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