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LG’ 신드롬…자발적 팬덤 만들다

‘LG 다시보기’가 유행이다. 지난해 말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일부 누리꾼이 LG의 선행을 조명하며 시작된 사회 현상이다. 최근에는 언론까지 가세하며 ‘LG 마케팅 대신 해드립니다’라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애플, 샤오미와 같은 ‘자발적 팬덤’이 LG에도 미치면서 기업 경영에 있어 ‘팬덤’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사업본부장(사장)은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1988’에서 LG전자 전신 ‘금성사’와 영문 브랜드 ‘골드스타(GoldStar)’가 다뤄진 것에 대해 “그 당시 LG전자가 가전을 비롯한 전자산업에서 가진 높은 위상을 느끼게 했다”고 감상평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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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구인회 LG 창업주 <전자신문DB>

드라마는 로터리식 TV, 이조식 세탁기 등 1980년대 후반 금성사 제품을 등장시키며 LG전자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PPL이 아닌 제작진 스스로 구성한 설정이었다는 소식에 LG 내부에서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됐다. 조 사장도 “오랫동안 회사에 몸담은 구성원으로서 그 때만큼 강하지 않은 지금의 부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SNS에서는 ‘바보 LG’가 인기다. 경쟁사와 달리 복지지설 기증품에 대한 무료 사후지원(A/S) 보장, 초고가 모델에 들어갈 법한 기능의 저가품 적용, 스마트폰 V10의 알려지지 않은 고급 스펙, 연암 구인회 창업주의 독립운동 지원, 구본무 회장의 LG복지재단을 통한 의사자 지원, LG유플러스 병사 수신용 스마트폰 사업 ‘1원 입찰’까지 누리꾼은 LG를 벗기며 LG를 다시 알아간다.

재계는 LG 신드롬에 대해 지난해 불거진 가족 간 분쟁, 직원 부당대우, 대규모 구조조정 등 ‘재계발 피로’에 지친 대중의 팬덤으로 본다.

재계 한 관계자는 “LG는 인화(人和)에 바탕을 둔 기업문화, 강제적 구조조정과 거리를 둔 최고경영진 의지, 분쟁 없는 오너 일가 가풍을 모두 갖고 있다”며 “일부의 장난이 아닌 기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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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오디오, 20K 금도금을 하고도 알리지 않은 LG전자 전략 스마트폰 `V10` <전자신문DB>

자발적 팬덤은 정보기술(IT)을 비롯한 기업 경영에 중요한 바로미터로 등장한지 오래다. 샤오미는 팬클럽 ‘미펀(米紛)’의 ‘집단지성’을 경영에 반영, 기획부터 출시, 마케팅까지 전 과정에 참여시킨다. 미펀 의견은 샤오미 임직원과 공유돼 스마트폰, 태블릿PC, TV, 보조배터리, 공기청정기 등을 만들어냈다. 단순한 저가제품 대신 ‘고객이 직접 만든 제품’으로 지지층을 갖췄다.

구글은 구글 글래스 개발과정에서 ‘내가 글래스를 갖고 있다면(If I Had Glass)’ 이벤트를 개최, 의미 있는 의견을 제출한 지원자에게 제품 체험기회를 부여했다. 덴마크 레고는 ‘팬’이 정기적으로 온·오프라인에서 모여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고 의견을 회사에 전달한다. 과거 ‘입소문 마케팅’에 그쳤던 것이 자발적 팬덤으로서 마케팅을 대신한다.

기업의 ‘팬 확보’ 경쟁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정재훈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든든한 내 편, 팬을 얻자’ 보고서에서 “디지털 미디어와 SNS 발달로 기업 세계에서 팬과 안티 팬이 미치는 영향은 점점 커지고 있다”며 “기업을 아끼는 고객으로 인해 기업이 성장할 수 있지만 안티팬 때문에 성장이 제약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바보 LG’ 논란과 LG 해명>

 ‘바보 LG’ 논란과 LG 해명

<‘자발적 팬덤’의 중요성 (자료: 업계)>

‘자발적 팬덤’의 중요성 (자료: 업계)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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